지난 14일 막을 내린 메르세데스-벤츠 제40회 한국여자오픈 골프선수권대회(총상금 15억원)는 한국 여자골프 역사에 오랫동안 남을 중요한 장면을 남겼다.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알린 김민솔, 그리고 한국 여자골프의 미래를 밝힐 양윤서(18·인천여고부설방통고)의 등장이다. 아마추어로서 첫 사흘간 선두를 달리고 최종라운드에서 1타 차 준우승을 차지한 양윤서는 골프계에 ‘초대형 스타’의 탄생을 예고했다.
대회를 마친 다음날인 15일, 양윤서는 평소처럼 연습장에서 아이언 샷을 연습하고 있었다. 그는 “앞서 출전했던 프로 대회에서 마지막에 무너진 적이 많았는데 이번에는 끝까지 마무리를 잘했다는 점에서 한 단계 성장했다고 느낀다”고 미소지었다.
◇‘지금 아니면 언제’ 도전적 플레이
이번 대회에서 양윤서는 탈 아마추어급플레이를 펼쳤다. 프로들도 무너지기 마련인 챔피언조에서 그는 보기를 범하고도 곧바로 버디를 잡아내는 단단한 경기력을 보여줬다. 이번 대회에서 최종적으로 언더파를 기록한 선수는 우승자 김민솔과 양윤서 단 두 명뿐이다.
양윤서는 “사실 2라운드를 마치고부터 정말 긴장이 많이 됐다”고 털어놨다. “김해림 코치님이 ‘최종라운드도 아니니 평소처럼 쳐라’고 말씀해주셨어요. 전 잃을 것 없는 아마추어라고 되뇌며 심호흡을 거듭했습니다. 덕분에 마지막까지 잘 버틴 것 같아요”
국가대표 에이스인 양윤서는 지난해 여러 해외대회를 석권하고 올해도 아시아·태평양 여자 아마추어 챔피언십(WAAP) 우승, 오거스타 내셔널 여자 아마추어대회에서 4위를 했다. WAAP 우승자 자격으로 출전한 메이저대회 셰브론 챔피언십에서는 공동 38위에 올라 경쟁력을 입증했다.
10살에 어머니를 따라 연습장에 갔다가 골프를 시작한 그는 175㎝의 큰 키로 250m를 넘나드는 드라이버 티샷을 만들어내는 장타자로 성장했다. 아마추어답지 않게 대담한 플레이와 멘털은 양윤서의 가장 큰 장점이다. 원래 경기 중에는 연습해본 샷만 하는 안전지향형 선수였지만 김 코치의 한마디가 그를 바꿨다고 한다. 그는 “캐나다 대회에서 김 코치님이 ‘이럴 때 아니면 언제 해보겠어. 그냥 해봐’라고 하셨는데 그 말이 제 가슴에 크게 와닿았다”며 “올해부터 트러블 상황에서도 과감하게 상상력을 활용한 샷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1라운드 6번홀(파4) 플레이가 그랬다. 티샷으로 나무 아래 놓인 공을 곧바로 그린에 올리려다가 그만 헛스윙이 나왔다. 다행히 세 번째 샷으로 페어웨이에 올린 뒤 59m 어프로치샷이 홀로 들어가 파 세이브에 성공했고, 이 장면은 쇼츠 등에서 큰 화제가 됐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꿈
양윤서는 올여름 메이저 대회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과 AIG 여자오픈에 출전하고 9월 아시안게임을 치른 뒤 프로로 전향할 예정이다. 만 18세 생일이 지나 프로 자격을 갖췄지만 아마추어로서 할 수 있는 모든 경험을 해보고 싶어 다소 늦은 전향을 결정했다. 한국여자오픈 개막을 앞두고 메르세데스-벤츠는 역대 챔피언과 유망주를 초청해 ‘퓨처 챔피언스 디너’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양윤서는 각오를 밝히는 칸에 “프로 잡는 아마가 되겠다”고 적었고, 이는 현실이 됐다.
“차근차근 성장해서 올림픽 포디움에 꼭 올라가고 싶어요. 시원시원하면서도 꾸준한 양윤서만의 골프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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