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DX가 아이작 심으로 구현한 원료하역기 가상 환경포스코DX가 제조 설비와 환경을 인지하고 자율적으로 제어하는 '피지컬 AI' 솔루션의 현장 적용을 본격화한다. 가상 시뮬레이션 기술과 현장 운영 기술(OT)을 결합해 설비 자율화를 실현함으로써, 단순 자동화 수준을 넘어선 '인텔리전트 팩토리' 전환에 속도를 낸다.
◇“45톤 쇳덩이 오차 없이 조작”… GTSU 무인 자율제어 돌입
포스코DX는 다음 달부터 포스코 제철소 부두의 '선박 그랩 하역 설비(GTSU)'와 원료야드의 '리클레이머'에 피지컬 AI를 적용한 무인 시험 운전을 본격화한다.
GTSU는 18만~20만 톤급 원료 운반선에서 철광석이나 석탄을 퍼 올리는 설비다. 작업자가 50m 상공에서 수동 조작해야 했던 이 설비의 핵심은 20~25톤 규모의 집게 '그랩'이다. 여기에 원료 20톤을 움켜쥐면 총중량 40~45톤에 육박하는 거대한 쇳덩이가 된다.
이를 배 밑바닥이나 벽면에 충돌시키면 수백억 원대의 선박 파손과 조업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포스코DX는 피지컬 AI의 정밀 제어 기술인 '안티 스웨이'를 통해 45톤 쇳덩이의 흔들림 각도를 0.6~0.7도 수준으로 통제하며, 선박 안쪽 깊숙한 곳으로 그랩을 정교하게 '던져 넣는' 고도의 자율 제어를 구현했다. 원료야드의 대형 굴삭기인 리클레이머 역시 스스로 원료 더미를 찾아 파내고 장애물을 피하는 시운전이 마무리 단계다.
고위험·고난이도 공정에 피지컬 AI가 도입됨으로써 작업자의 안전을 획기적으로 확보하는 것은 물론, 사람이 직접 조작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오차를 줄여 현장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조석주 포스코DX AX융합연구소 소장(상무)은 “수년 전부터 피지컬 AI 기반 혁신 사례가 현장에 적용되기 시작했다”며 “지난해를 기점으로 고도화된 기술들이 연이어 현장에 도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포스코DX가 아이작 심으로 구현한 후판크레인 가상 환경 및 센서데이터◇엔비디아도 놀란 가상 시뮬레이션… 핵심 경쟁력은 'OT'
포스코DX의 피지컬 AI 도입 성과는 가상 환경 내에서 수만 번의 예외 상황을 테스트하며 얻어낸 결과물이다. 가상 시뮬레이션이라는 '디지털 엔진' 위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현장 운영 기술(OT) 노하우가 정교하게 구현되면서, AI가 설비를 완벽하게 통제하는 독자 경쟁력이 탄생했다.
제조 현장은 안전과 생산성 문제로 인해 수만 번의 반복 학습이나 실물 실험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포스코DX는 엔비디아의 옴니버스 플랫폼인 '아이작 심'을 활용해 현실 공장을 가상 공간에 구현함으로써 물리적 제약을 극복했다.
현장 설비와 센서로부터 발생하는 데이터를 수집해 실제 환경이 반영된 가상 공간을 구축하고, 그 안에서 설비와 작업 조건을 반복 학습시켜 인지·판단·제어 로직을 생성해 성능을 고도화했다. 도출한 결과를 실제 설비 제어에 적용하고, 현장 적용 결과를 다시 가상 환경의 학습 데이터로 반영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했다.
이미 고위험 공간에 사람 대신 투입하는 4족 보행 로봇은 가상환경 시뮬레이션 기반의 피지컬 AI 기술을 적용한 대표 사례다. 가상 환경에서 3D 맵핑부터 시작해 3D 라이다 '슬램'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검증한 뒤 실제 로봇에 적용하는 프로세스로 진행됐다. 슬램은 로봇이 스스로 위치를 인식하면서 동시에 지도를 만드는 기술로, 사람이 직접 접근하기 어려운 고위험 구역을 4족 로봇이 자율적으로 순찰하고 감시하는 수준으로 구현했다.
포스코스틸리온 도금공장의 크레인 무인화 사례도 마찬가지다. 포스코DX는 가상 공간에서 센서의 최적 위치를 찾아내 카메라 설치 대수를 절반으로 줄이면서도 정확도를 80% 이상 끌어올렸다. 이를 지켜본 엔비디아 관계자가 “글로벌 상위 5% 수준의 고도화된 활용 사례”라고 평가했을 정도로 현실 환경을 가상 공간에 오차 없이 모사했다.
조 소장은 “제조 현장의 OT를 직접 이해하고 이를 AI와 결합해 자율 제어하는 통합 역량이 포스코DX만의 강점”이라며 “단순히 데이터를 분석하는 수준을 넘어 설비를 AI가 직접 인지하고 정교하게 움직이는 기술을 구현하는 데 핵심 동력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포스코DX 판교사옥에 구축한 AI기술 연구를 위한 광학실험실◇제조업 생존의 열쇠… 베테랑의 '암묵지' 영구 자산화
포스코DX는 2000년대 초반 제철소 공정 자동화와 2016년 스마트 팩토리 전환을 거치며 제조 혁신의 기틀을 다졌다. 지금은 그간 축적한 디지털 전환 역량을 기반으로 피지컬 AI 기반의 인텔리전트 팩토리 기술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적 진보는 제조업의 생존 전략과 직결된다. 현장의 효율 개선과 안전 확보는 단순한 목표를 넘어 기업의 존립을 좌우하는 필수 과제다.
포스코DX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고숙련 작업자가 보유한 노하우인 '암묵지'를 피지컬 AI의 핵심 데이터로 변환해 활용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현재 제철소 현장은 85~90%가량 자동화가 이뤄져 있지만, 나머지 10~15%의 돌발 상황은 여전히 베테랑의 경험과 지식에 의존한다. 젊은 인력 유입은 줄어드는 반면 숙련자의 은퇴 시점은 다가오는 상황에서, 이 암묵지를 AI 데이터로 변환해 공장에 영구 이식하지 않으면 제조 경쟁력 약화는 불가피하다.
조 소장은 “자동화 이후 룰로 정의하지 못한 15%의 빈 공간을 채우는 것이 피지컬 AI 도입의 핵심”이라며 “고숙련자의 노하우를 AI로 이전시켜 단절 없이 고도의 작업을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어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 현장에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인간의 직관과 물리적 제어가 완벽히 결합된 차세대 인텔리전트 팩토리의 표준을 발굴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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