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데이는 노벨상 수상자와 비슷한 지능을 갖춘 AI 모델이 2026∼2027년 등장할 것으로 봤다. 상대적으로 신중론에 가까운 허사비스도 AI가 5년 내 새로운 과학적 이론을 창조하는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장담했다. 이들은 올 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다시 만났는데, 작년의 예상이 여전히 유효하냐는 질문에 아무런 고민 없이 그렇다고 했다. 인류의 가장 창의적 영역 중 하나인 과학에서도 AI가 인간을 능가할 날이 멀지 않았다는 뜻이다.
▷실제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딥마인드의 ‘알파폴드’는 신약 개발이나 식량 문제 해결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세계적인 생물학자, 화학자, 물리학자들이 수년에 걸쳐 입증해 온 일들의 수천 배, 수만 배를 뚝딱 해낸다. 2024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이기도 한 허사비스는 “1년 만에 박사 학위 소지자가 10억 년간 할 일을 해냈다”고 할 정도다. 구조생물학자들은 “알파폴드가 못 하는 복합단백질 구조 예측은 여전히 사람의 영역”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 유효 기간도 그리 오래갈 것 같진 않다는 전망이 많다.
▷과학자들의 AI 의존도가 커지면서 논문의 ‘양’은 늘었는데 ‘질’은 떨어졌다는 지적도 있다. 글로벌 논문 저장소 ‘아카이브(arXiv)’에 올라온 논문 수는 챗GPT가 등장한 2022년 18만 건에서 작년 28만 건으로 50% 이상 늘었다. 상당수가 품질 검증이 안 된 이른바 ‘AI 슬롭(slop·찌꺼기)’들이라고 한다. 논문 작성 AI 에이전트 ‘데나리오’는 4달러만 내면 30분 만에 논문 한 편을 완성해 준다. 이런 ‘논문 공장’ 논문들은 제대로 된 과학적 통찰이나 실험을 통한 검증이 없는 경우가 많아 지식 생태계를 혼탁하게 만든다.▷과학자들의 언어는 논문이다. 한때 해괴한 상상이란 비판을 받았더라도 단 한 편의 논문만 제대로 발표하면 지구 반대편 석학들과 계급장 떼고 붙을 수 있는 게 과학계다. 공신력 있는 학술지에 반대 주장의 논문이 나란히 실리는 경우가 있는 것도 그래서다. 학계가 시끌벅적해져야 과학은 또 한 단계 발전했다. AI의 편리함에 ‘중독’된 과학계가 그런 야성을 서서히 잃어갈까 우려스럽다. 이러다 AI가 인간의 수준에 도달하기 전, 인간의 퇴행이 먼저 시작되는 걸 지켜보게 될 수도 있다.
김창덕 논설위원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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