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선택적 기술 아니라 시스템…국가적 설계·산업 인프라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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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료혁신연구회 제 9회 정기 세미나

미래의료혁신연구회 제 9회 정기 세미나

"AI는 더 이상 선택적 기술이 아니라, 의료 윤리·환자 안전·보건 경제·인재 교육까지 총 망라한 시스템의 문제로 다뤄야 한다. 기술 하나하나에 집중하기보다, 이를 담을 국가적 설계와 산업 인프라가 더 시급하다."

임종윤 코리(COREE) 회장은 지난 2일 사단법인 미래의료혁신연구회가 서울 안다즈 호텔에서 개최한 9회 정기 세미나 및 송년 심포지엄에서 이렇게 말했다.

심포지엄이 미래 의료의 설계도를 함께 그리는 자리라는 취지다. 그는 "의료 AI는 산업 외연을 넓히는 것을 넘어 진단 오류를 줄이고 의료 접근성을 개선하는 등 구체적 성과로 연결돼야 한다"며 환자 중심 케어를 실현하는 데에도 의료 AI가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디지털 헬스케어 시대의 의료 AI'를 주제로 열린 이번 심포지엄엔 국내 주요 의료·산업·기술계 전문가가 한자리에 모여 AI 기술의 의료 현장 적용과 제도 설계의 방향성을 논의했다. 임 회장은 연구회 초대 이사장을 맡고 있다.

안도걸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축사에서 "AI가 국민 건강과 국가 경쟁력에 미치는 파급력은 상상 이상"이라며 "국회에서도 산업 진흥과 안전 규제의 균형을 갖춘 입법을 위해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차지호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도 "AI 기반 의료기술이 임상·진단 환경 전반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며 "이런 흐름 속에서 연구회가 현장 목소리와 과학적 근거를 연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포항시는 의과학 인재 양성과 스마트 헬스케어 인프라를 통해 지방 의료와 바이오 산업의 접점을 구축해 나가겠다"며 "지방이 소외되지 않는 AI 의료 생태계의 구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주제 발표에 나선 김경수 서울대 첨단융합학부 교수는 "의료 AI는 단순 자동화가 아니라, 상황 인식·의도 파악·결정 지원까지 수행하는 책임형 에이전트로 발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의료 에이전트의 성공 조건으로 '정확도보다 설명 가능성(Explainability)', '독립성보다 책임 있는 감독구조', '단순 반응형이 아닌 프롬프트 기반 자기조절형 설계'를 제안했다.

이형철 서울대병원 헬스케어AI연구원 부원장은 "AI는 더 이상 결과를 보여주는 도구가 아니라 병원 내 업무 프로세스를 능동적으로 운영하는 구성원이 돼야 한다"고 했다. AI 기반 간호 지원 시스템, 진료 스케쥴링, 환자 맞춤 안내 시스템 등 에이전틱 AI의 병원 실증 사례를 소개했다.

박상민 서울대병원 공공의료빅데이터 융합연구사업단장은 예방의학 관점에서 질병이 오기 전에 발견하고 개입하는 AI 전략을 제안했다. 그는 "AI는 진단을 위한 도구를 넘어 의료의 시간을 미래로 당겨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했다.

남기엽 파로스아이바이오 신약 개발 총괄 사장은 "AI는 인간의 직관과 경험을 정량화 가능한 데이터 흐름으로 바꾸는데 강점이 있다"며 "그러나 실험과 규제 대응의 연결이 여전히 가장 큰 허들"이라고 밝혔다.

김경남 웨이센 대표는 "AI는 의사를 대체하지 않는다"며 "의사의 인지적 피로를 줄여주는 보조 인식 시스템이 돼야 한다"고 했다.

폐회사는 연구회 대표 강대희 서울대 의대 교수가 맡았다. 그는 "AI 의료는 기술이 아닌 시스템 설계의 문제"라며 "그 중심에는 국민 건강과 의료 현장의 현실이 놓여야 한다"고 했다. 이와 함께 "연구회도 단순한 발표의 장을 넘어 의료 AI 정책 로드맵 수립과 실행 기반 마련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내년엔 '사람을 위한 의료AI'가 자리 잡도록 민관협력 체계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연구회 운영위원장 한성준 COREE 대표는 "의료 AI의 핵심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을 이해하고 연결하는 구조"라며 "내년 연구회와 함께 의료 AI 생태계 로드맵을 공식 제안할 것"이라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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