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AI 관계를 보는 관점

그러나 생산성이라는 렌즈로만 AI를 바라보면, 그 부작용만 두드러진다. AI를 도구로만 인식할 경우 인간과 AI의 관계는 단순하고 피상적인 일방향 관계에 머문다. 공존은 그저 인간이 AI를 어쩔 수 없이 사용하고, AI가 특정한 인간의 일을 대체하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인간과 AI의 진정한 공존에는 상호작용, 즉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의 설정이 핵심이다. 맥킨지의 AI 면접이 시사하는 바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 면접에서 AI는 사고의 동반자 역할을 한다. 지원자는 AI와 대화하며 자신의 사고를 확장하고, AI가 놓친 맥락을 보완하며, 혼자서는 도달하기 어려운 결론을 둘의 협력으로 이끌어 낸다. 이 과정에서 평가받는 것은 AI 활용 기술이 아니라 인지적 협력 능력이다.
새 직업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지식 아키텍트’, ‘오케스트레이션 엔지니어’, ‘대화 디자이너’, ‘인간-AI 협력 리더’ 등 생소한 직함들을 소개했다. 이 신종 직업의 공통점은 AI와 인간 사이의 접점에서 가치를 창출한다는 것이다. 의료 분야의 사례도 주목할 만하다. 미국 메이요 클리닉은 수백 개의 AI 모델을 영상 분석에 도입하면서 영상의학과 인력을 오히려 50% 이상 늘렸다.
공존에는 또 다른 차원도 있다. AI가 ‘나쁜 짓’을 하지 않도록 개발하고 사용해야 우리와 함께 하는 존재로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인터넷이 처음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개방성과 허가 없는 혁신이라는 철학이 있었다. 그 자유는 인간의 삶을 바꿨지만, 동시에 허위 정보와 혐오, 정치적 양극화 같은 부작용도 키웠다. 기술의 폐해가 커지면 규제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생길 수 있다. 마찬가지로 AI의 폐해가 부각되면 규제와 제한 정책이 뒤따를 것이다. 따라서 필자는 ‘SECT AI’를 제안한다. Safe(안전한), Ethical(윤리적인), Culture-friendly(문화 친화적인), Trustworthy(신뢰할 수 있는) AI다. 이것은 AI 개발자만의 책임이 아니다. AI를 사용하는 모든 사람이 그렇게 사용할 책임이 있다.최근 정부가 진행하는 ‘국가대표 AI’ 선발에서는 파운데이션 모델 원천기술 확보와 다양한 벤치마크 성능이 주요 평가기준으로 거론됐다. 물론 이 요소들은 국가 경쟁력에 중요하다. 그러나 기준에 하나를 더해야 한다. 인간 능력의 확장이다. 맥킨지 신입 채용 평가처럼, AI와 인간이 협력해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인간의 사고력, 창의력, 판단력을 확장하는 방향으로 기술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 그 확장이 안전하고 윤리적이며 신뢰할 만한 방식으로 이뤄지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이처럼 공존은 기술의 이슈이지만 시민의 선택이기도 하다. 우리가 AI를 ‘편리한 자동화’를 위해서만 쓰면 그 부작용을 그대로 되돌려받는다. 반대로 AI를 ‘함께 생각하는 파트너’로 길들이면 인간의 능력은 넓어지고 사회의 규칙도 더 정교해질 수 있다. 인간과 AI의 공존은 도구를 도입하는 것 자체가 아니라 양자의 관계를 설계하는 일이다. 이것이 바로 AI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맹성현 태재대 부총장·KAIST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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