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인사이트]큰 성공 거둔 직원의 자만심, 다음 혁신 막을 수도

3 weeks ago 3


직원들의 창의성을 조직의 혁신으로 연결하는 ‘사내 아이디어 제안 시스템(ideation system)’은 이제 글로벌 대기업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이 시스템을 지속가능하도록 이끄는 주역은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핵심 기여자들(serial ideator)’이다. 이들은 사내 아이디어 제안 시스템뿐 아니라 조직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자산이다.

그런데 최근 영국 리버풀대, 킹스칼리지런던, 독일 호엔하임대, 네덜란드 에라스무스대 공동 연구진이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내놨다. 크게 성공한 직원들이 오히려 다음 혁신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한 글로벌 자동차 회사의 사내 아이디어 플랫폼에 4년간 축적된 1145건의 아이디어 데이터를 분석했다. 핵심 기여자 236명을 대상으로 각자의 아이디어가 실제로 구현됐는지를 추적한 결과, 과거에 경험한 ‘극단적 성공(extreme success)’이 오히려 혁신에 독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치보다 훨씬 높은 금액의 포상을 받은 경험이 있는 직원은 후속 아이디어의 구현 가능성이 평균 약 42%나 감소했다.

그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분석됐다. 첫째, 극단적 성공을 맛본 후에는 팀 협업(team idea development)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팀 단위로 아이디어를 개발하는 과정은 아이디어의 구현 가능성을 평균 9% 높이는 핵심 요인이다. 그런데 극단적 성공을 경험한 이들은 협업의 비용이 이점보다 크다고 판단해 단독으로 아이디어를 개발하는 경향을 보였다.

‘내가 해냈다’는 자기 확신, 즉 ‘과잉 자신감(overconfidence)’이 타인과 협력할 필요성을 덜 느끼게 한 것이다. 혼자서도 충분히 성과를 낼 수 있다는 믿음이 다양한 관점을 융합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탄생시키는 팀 기반 혁신의 기회를 차단했다.

둘째, 본인 스스로 인식하는 사회적 지위(self-perceived social status)가 높아지면서 혁신 의욕이 꺾였기 때문이다. 극단적 성공을 경험한 직원들은 과거의 자신 혹은 동료보다 자신이 훨씬 유능하다고 느꼈다. 이들은 새로운 도전을 하기보다 현재의 지위를 유지하는 데 더 집중했다.

연구진은 “이들은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대신 이미 얻은 명성을 과시하거나 지키는 데 인지적 자원을 쏟는다”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이들은 위험을 회피하고 보수적인 태도를 취하며 혁신을 저해했다. 반면, ‘보통 수준의 성공(ordinary success)’을 경험한 직원들에게는 이런 부정적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진은 모든 성공이 같은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며, ‘성공의 질(quality of success)’이 향후 혁신의 방향을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는 기업의 인사·보상 제도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성과 중심 조직문화에서 뛰어난 인재에게 더 큰 보상과 주목을 몰아주는 것은 당연시된다. 하지만 지나친 보상은 개인의 자만심을 키우고 팀 내 다양성을 해치며, 장기적으로 조직 전체의 창의성과 혁신 역량을 떨어뜨릴 수 있다. 이런 역효과를 막기 위해 기업은 보상 제도를 설계할 때 최대 보상 금액의 상한선을 설정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나아가 연구진은 ‘지속가능한 창의성(sustainable creativity)’을 위해 균형 잡힌 보상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예컨대 큰 성공을 거둔 직원에게 금전적 포상뿐 아니라 멘토링 역할이나 공동 프로젝트 참여 기회를 부여해 ‘협력적 성공’으로 관심을 유도하는 것이다. 또한 아이디어 제안 시스템의 목적을 ‘개인 간 성과 경쟁’이 아닌 ‘집단 학습과 혁신의 선순환’에 둬야 한다. 가령 아이디어의 결과물뿐 아니라 팀 아이디어 개발과 같은 창의적 과정 자체에 보상함으로써 협업을 장려해야 한다.

성공은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강력한 연료지만, 과도하면 엔진을 과열시킨다. 혁신 리더십은 직원이 언제나 ‘배우는 초심(beginner’s mind)’을 잃지 않도록 시스템을 설계해야 한다. 즉 ‘누가 가장 많이 이겼는가’가 아니라 ‘누가 끝까지 배우는가’가 혁신 기업을 가르는 진짜 기준이 될 것이다.

※이 글은 DBR(동아비즈니스리뷰) 428호(11월 1호) ‘큰 성공 거둔 직원의 자만심, 팀의 다음 혁신 막을 수도’ 원고를 요약한 것입니다.

DBR >

구독

이런 구독물도 추천합니다!

  • 광화문에서

    광화문에서

  • 프리미엄뷰

    프리미엄뷰

  • 행복 나눔

    행복 나눔

최호진 기자 hojin@donga.com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