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소 기자제조업 현장이 인공지능(AI)을 만나 거대한 패러다임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대표 제조업 대기업이 설계, 공정 관리, 물류, 사무 행정 전반에 AI를 도입하면서 대대적 인력 구조 변화에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AI가 업무 보조 수준을 넘어 일부 직무를 대체하기 시작함에 따라 산업계 고용 지형도는 완전히 재편되는 모양새다. 기업은 단순히 기계를 다루는 숙련공보다 AI를 고도화하고 제조 현장에 최적화할 수 있는 고급 인재 확보에 사활을 걸 것이다. 단순 반복 업무나 전통적 제조 공정에 얽매인 직무는 축소될 수밖에 없다. 상시적 희망퇴직을 통한 구조조정과 직무 전환 중심 인력 재배치가 일상화되는 냉혹한 고용 시장 변화가 불가피하다.
AI 대전환이라는 거대한 생존 게임이 시작된 시점에 삼성전자 사태처럼 노사가 성과급을 둘러싸고 극단으로 대립하는 양상은 심각한 우려를 자아낸다. 변화의 파고를 넘기 위해 온 힘을 다해도 모자랄 판에, 눈앞 보상 규모를 둘러싼 소모적 갈등은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에서 기업 미래 경쟁력을 스스로 갉아먹는 행위다. 나아가 국가 경제 동력을 약화하는 치명적 걸림돌이 될 뿐이다.
고도성장기 방식에 머물러 있는 낡은 보상 산정 기준을 두고 제로섬 게임을 벌일 때가 아니다. 이제 노사 관계도 새로운 차원의 발전적 방향을 정립해야 한다. 노조는 무조건적 고용 유지나 당장 성과급 증액만을 외칠 것이 아니라, AI 시대에 구성원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돕는 직무 재교육 기회와 고용 안정성 확보를 요구하는 생산적 협상으로 체질을 바꿔야 한다.
사측 역시 일방적 인력 감축보다 기존 구성원들이 AI 환경에 적응하고 고부가가치 직무로 이동할 수 있도록 과감한 재교육 투자를 단행해야 한다. 미래 지향적 노사 협력체계 구축이야말로 다가오는 AI 대전환의 거센 파고를 함께 넘을 수 있는 유일한 열쇠다.
김시소 기자 sis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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