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 전국부 기자지난 2022년 8월 9일. 시간당 141㎜ 폭우에 강남역 일대가 물에 잠겼다. 가까스로 현장을 빠져나온 이들 중 기자도 있었다. 침수된 노트북의 물기를 닦으며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은 물 난리를 막을 연구를 하고 있기는 한가'라고 불평했던 기억이 난다.
지난달 경북 안동의 한국건설기술연구원(건설연) 하천실험센터에서 한동안 잊고 있던 해당 불평이 그릇된 것임을 알았다. 기자가 몰랐을 뿐 출연연은 연구를 계속했다.
센터는 2022년 침수 당시 강남역 인근을 본뜬 곳을 비롯, 다양한 실험장에서 홍수에 따른 여러 현상과 침수 피해를 막는 방법 등을 연구하고 있다.
박선규 건설연 원장은 “도심 홍수와 침수 피해에 따른 국민 희생이 최소화되도록 재난재해 대응연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연구 취지를 밝혔다. 국민 생명과 안전에 대해 출연연 역할이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는 설명이다.
돌이켜보면 출연연 의의를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과거와 달리 기업 등 민간 연구개발(R&D)이 확대되고, 규모 측면에서 공공 R&D를 아득히 뛰어넘은 현재는 더욱 그렇다.
입지가 예전만 못하다. 연초 출연연 업무보고에서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출연연에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출연연 의의에 대한 해답 중 하나를 이 사례에서 볼 수 있다. 출연연은 국가 전략기술 생산 거점 역할을 한다. 동시에 천재지변에 대비해 국민 안전을 지키는 공공 분야 활약도 있다. 위험·불확실성을 지닌 R&D를 다수 수행하는데, 알려지지 않아 간과된 것이 많다.
어느덧 장마가 코앞이다. 건설연 연구가 머지않아 심해질 물 난리 우려 해소에 일조하길 바란다. 여러 출연연의 숨은 진주 같은, 공공을 위한 연구가 빛을 보길 기대한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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