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근 BHSN 대표 "AI, 모델 성능보다 실무 이해가 핵심"
"계약검토 며칠→몇 분으로 단축…핵심은 데이터 구조화"
"SaaS로 리걸AI 대중화…韓 기업 해외 법무 리스크 지원"
인공지능(AI)이 ‘기술 성과’를 넘어 '산업 혁신'을 이끄는 시대에 K-AI 혁신의 주역들을 만나본다. 태생부터 AI 혁신을 목표로 한 'K-AI 이노베이터'다. 이들의 기술 혁신과 미래 비전을 심층적으로 살펴봄으로써 대한민국 AI 산업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편집자]
임정근 BHSN 대표. [사진=BHSN][아이뉴스24 윤소진 기자] 기업 법무팀에서 계약 하나를 검토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주다. 조항을 하나씩 대조하고, 판례와 규제를 찾아 정리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이 쓰인다. 이 반복 업무를 사람이 아닌 'AI가 수행하는 일’로 바꾸겠다고 나선 기업이 있다. BHSN은 대형 로펌과 대기업 법무 조직에서 검증된 리걸AI를 바탕으로 기업과 공공의 법무 실무 구조 자체를 재설계하고 있다.
임정근 BHSN 대표는 아이뉴스24와의 인터뷰에서 “리걸AI의 핵심은 더 똑똑한 답변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시간을 쓰는 지점을 정확히 AI로 대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보가 없어서 일이 멈췄다"…변호사 경험에서 출발
BHSN은 2020년 4월 설립된 리걸AI 전문 기업으로 계약·규제 업무에 특화된 리걸AI 솔루션을 제공한다. 단순 법률 검색이나 문서 생성을 넘어계약 검토와 조항 비교, 쟁점 정리, 판례·규제 해석 등 기업 법무 실무 전 과정을 AI로 지원한다. 로펌과 기업 법무팀이 실제 사용하는 업무 흐름을 기준으로 설계돼 법률 자료 탐색부터 판단을 위한 정리 단계까지 하나의 워크플로우로 통합한 점이 특징이다.
회사명 BHSN은 ‘변호사님’의 자음을 딴 것으로, 법률 전문성과 기술 역량을 결합해 기업 법무와 의사결정 프로세스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철학을 담았다.
임 대표는 사법연수원 수료 후 법무법인 율촌에서 기업법 변호사로 활동하며 M&A와 해외 투자 자문을 담당했고, 이후 일본 대형 로펌에 약 1년간 파견돼 다국적 거래와 국가 간 법률 자문을 수행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법무 실무의 구조적 한계를 체감했다. 임 대표는 “국가별 규제가 얽힌 계약을 검토할 때 기본적인 정책이나 제도 정보조차 확보하기 어려웠고, 협상이나 판단보다 정보 탐색과 정리에 더 많은 시간이 투입됐다”며 “정보 부족으로 업무가 멈추는 상황이 반복됐다”고 말했다.
임 대표가 주목한 문제는 단순한 업무 지연이 아니라 의사결정 구조였다. 그는 “판단에 필요한 정보가 제때 정리되지 않으면 의사결정 자체가 늦어지거나 왜곡될 수밖에 없다”며 “법무 업무의 비효율은 곧 기업 의사결정 속도의 문제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이 경험은 법률 정보를 데이터로 구조화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임 대표는 “법률 정보를 AI가 정리하고 사람은 판단에 집중하는 구조를 만들면 기업의 의사결정 방식 자체를 바꿀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대형 로펌·대기업 검증 ‘업무 수행형 AI’로 차별화
임정근 BHSN 대표가 아이뉴스24와 인터뷰 하고 있다. [사진=BHSN]BHSN이 지향하는 리걸AI는 질문에 답하는 AI가 아니라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AI다. 임 대표는 “리걸AI는 계약 검토나 쟁점 정리처럼 반복되는 실무를 대신 처리해야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BHSN은 대형 로펌과 대기업 법무 조직을 주요 고객으로 두고 있다. 온프레미스와 클라우드 환경 모두에 대응 가능한 구조를 통해 보안 요구가 높은 조직에도 리걸AI를 제공한다. 이 같은 구조는 법무 데이터의 외부 유출을 최소화하려는 로펌과 기업의 요구를 반영한 결과다.
BHSN은 법무법인 율촌, CJ제일제당, 한화솔루션 등과 함께 리걸AI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기술을 고도화해 왔다. 임 대표는 “과거에는 변호사가 공시나 판례를 하나하나 찾아 정리하는 데 몇 시간씩 썼다면, 지금은 AI가 몇 분이면 관련 정보를 구조화해 제공하고 사람은 판단에 집중한다”며 “업무 유형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체감상 처리 시간이 70~80%가량 줄어드는 효과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기술적으로는 단일 모델에 의존하지 않고, 오픈소스 기반 멀티 LLM과 폐쇄형 검색증강생성(RAG) 구조를 결합한 점이 특징이다. 특히 율촌에 구축된 ‘아이율(AI:Yul)’은 모든 질의와 대화가 외부 학습에 활용되지 않는 구조로 설계돼, 대형 로펌의 보안·권한 통제 요구를 충족한 사례로 꼽힌다.
임 대표는 “법무 업무는 결과뿐 아니라 근거와 맥락이 함께 남아야 한다”며 “AI가 판단 과정을 구조화해 기록하고, 사람은 최종 책임과 결정을 맡는 구조를 지향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델 성능보다 중요한 건 리걸 업무의 흐름을 얼마나 정확히 이해하느냐”라며 “실무 경험에서 나온 워크플로우 설계가 BHSN의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앨리비'로 SaaS 확장…아시아 규제 리스크 대응
앨리비에이전트 for Business 메인화면. [사진=BHSN]BHSN은 대형 프로젝트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SaaS 기반 확장을 본격화하고 있다. 최근 출시한 ‘앨리비 에이전트 for Legal’은 계약 검토, 쟁점 정리, 판례 분석, 규제 해석 등 분절된 법률 업무를 하나의 워크플로우로 통합한 올인원 리걸AI 솔루션이다.
임 대표는 “대기업과 로펌 프로젝트에서 축적한 경험을 표준화해 더 많은 조직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단계”라며 “개인 변호사와 중소 조직까지 확장하되, 엔터프라이즈 기준의 품질과 보안은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장기 목표는 글로벌 확장이다. 임 대표는 “미국 리걸테크 기업과 같은 방식으로 경쟁하기보다는 법체계가 다른 아시아 시장에서 기회를 보고 있다”며 “베트남이나 중국처럼 규제 데이터가 충분히 정비되지 않은 지역은 AI가 실질적인 가치를 만들 수 있는 영역”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기업의 해외 진출 과정에서 발생하는 규제 리스크를 줄이는 데에도 기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임 대표는 “AI 시대의 경쟁력은 누가 더 큰 모델을 쓰느냐가 아니라 조직의 일을 어떻게 구조화하느냐에 있다”며 “BHSN은 개인의 경험에 의존하던 법무 업무를 조직의 자산으로 전환하는 회사를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임정근 BHSN 대표는? 임정근 대표는 서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사법연수원 35기를 수료했다. 2009년부터 2017까지 법무법인 율촌에서 기업법 변호사로 활동하며 M&A, 해외 투자, 다국적 거래 자문을 담당했다. 2020년 BHSN을 창업했다.
/윤소진 기자(sojin@inews24.com)포토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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