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에서 최고경영진의 신뢰를 얻는 방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이 사람은 내 고민을 이해하고, 그 무게를 함께 지고 있다’는 감각이 전달되는 순간, 신뢰는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이 원리는 동료들과 일하는 과정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성과를 만드는 과정에는 언제나 ‘돕고 싶은 마음’이 개입된다.
일이 잘 풀릴 때를 돌아보면 누군가의 역할 범위를 넘어선 작은 도움, 먼저 한 번 더 고민해 준 선택, 혹은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해준 동료의 마음이 결정적인 순간을 만들어 냈다. 조직에서 가장 중요한 역량 중 하나가 바로 ‘돕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힘’이 아닐까.
특히 리더에게는 더욱 그렇다. 구성원들이 ‘저 사람이라면 한 번 더 도와주고 싶다’고 느끼게 만드는 리더십. HR에도 마찬가지 질문이 따라온다. 어떻게 하면 구성원들이 HR을 ‘규정을 만드는 부서’가 아니라, 함께 고민하고 돕고 싶은 파트너로 느끼게 할 수 있을까. 이 고민은 조수용 작가의 <일의 감각>에 나온 문장을 읽으며 더 선명해졌다. “소비자가 진정 바라는 건 전문가만 알아보는 디자인이 아니라, 직관적으로 유용한 디자인이다.”
결국 HR도 디자인과 닮았다. 트렌드는 참고할 수 있지만, 정답은 언제나 ‘우리 회사’ 안에 있다. 이 지점에서 ‘선택’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무엇을 선택한다는 것은, 동시에 무엇을 선택하지 않겠다고 결정하는 일이다. 이 선택의 선명함이 곧 감각이고, 조직의 밀도를 만든다.
디자인 논의에서도 비슷한 장면을 자주 본다. 매번 디자인 시안을 두고 끝없는 토론을 한다면, 그 자체로 좋은 결과를 낼 확률은 낮아진다. 사용자 경험을 기준으로 기획이 명확하다면, 그 결과는 자연스럽게 브랜드가 되기도 한다. 반대로 기획은 흐릿한 상태에서 디자인만 붙들고 토론하다 보면 시간 낭비로 이어지기 쉽다. 조직의 의사결정도 마찬가지이다. 모든 것을 다 하려는 순간, 아무것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의외로 아주 작은 태도가 중요하다. 규모와 상관없이 맡은 일을 가볍게 여기지 않는 사람, 자기 일에 스스로 의미를 부여할 줄 아는 사람은 결국 더 큰 책임도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다. 조직은 이런 태도를 가진 사람들로 밀도가 높아질 때 비로소 단단해진다.
돕고 싶은 마음, 우리에게 맞는 선택, 작은 일에 담긴 태도. 이 모든 것은 기술이나 제도 이전에 사람의 마음가짐에서 출발한다. 아무리 환경이 빠르게 변해도, 조직을 움직이는 힘은 여전히 사람에게서 나온다. 그리고 그 시작은 누군가의 고민을 대신 고민해 주려는 진심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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