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톡톡] 스펙의 시대는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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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 톡톡] 스펙의 시대는 끝났다

면접에서 어떤 사람을 뽑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잠깐 생각하다가 답했다. 자기 생각이 있는 사람이요. 말하고 나서 스스로도 놀랐다. 학점도, 경력도, 포트폴리오도 아니었다. 요즘 팀원과 일할 때도 마찬가지다. 회의에서 시키는 걸 잘하는 사람보다 아무도 묻지 않은 질문을 꺼내는 사람에게 눈이 간다. 그 차이가 생각보다 크다. 자기 생각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간극은 업무 능력보다 훨씬 더 깊은 곳에 있다. 그리고 그 간극이 이 시대에는 생존의 문제가 됐다.

그러다 불편한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지금껏 무엇을 준비하라고 배웠는가. 학점, 자격증, 스펙. 돌아보면 그것들은 인공지능(AI)이 가장 잘하는 것들이다.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고, 패턴을 읽고, 오류 없이 출력하는 것. 학교는 수십 년간 사실상 AI형 인간을 길러왔다. 시키는 걸 잘하고, 정답을 빠르게 찾고, 튀지 않는 사람. 그게 좋은 학생의 조건이고 좋은 직원의 조건이었다. 그리고 그게 정확히 AI가 대체하는 영역이다. 우리는 이길 수 없는 상대를 향해 수십 년을 달려온 셈이다.

수치가 이미 말해주고 있다. 지난해 대기업 정규직 신입 채용 공고가 전년 대비 43% 감소했다. 정보기술(IT)·통신은 67%, 건설은 53%, 은행·금융은 31%. 업종을 가리지 않는다. 지금도 자격증을 하나 더 따려고 준비 중이라면, 당신이 쌓는 것과 세상이 원하는 것이 이미 어긋나 있을 수 있다. 스펙을 쌓을수록 AI와 같은 링에 올라가는 것이다. 이길 수 없는 싸움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남는가. AI 교육 현장에서 반복해서 듣는 말이 있다. 살아남는 건 창업가 마인드를 가진 사람뿐이라고. 창업가란 회사를 차리는 사람이 아니다. 하고야 말겠다는 의지, 잘못되면 내가 책임지겠다는 인간성을 지닌 사람이다. AI는 답하지만, 질문을 만들지 못한다. 취향도, 결단도, 희생도 없다. 의지와 인간성은 아무리 학습해도 나오지 않는다. 이건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태도의 문제다. 스킬은 AI가 따라잡는다. 자기 생각만큼은 따라잡지 못한다. 면접장에서 내가 찾던 것도, 팀원에게 바라는 것도, 결국 그것이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서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 노력을 탓하려는 게 아니다. 다만 한 가지만 묻고 싶다. 그 공부를 하면서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있는가. 누군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무언가를 먼저 시작해본 적 있는가. 그게 없다면 아무리 쌓아도 AI보다 잘할 수 없다. 의지와 인간성만이 AI가 끝내 흉내 내지 못하는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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