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가성비폰 넘어 'AI폰' 공세…신흥국서 삼성·애플 제쳤다

1 month ago 13

비보 X200 프로. 사진=비보

비보 X200 프로. 사진=비보

전 세계 5위 스마트폰 브랜드인 중국 비보가 개인화된 인공지능(AI) 기능을 강화한 자체 개발 운영체제(OS)를 공개했다. 비보는 중국뿐 아니라 세계 최대 인구 대국인 인도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동남아시아·중동·아프리카에서도 입지가 확대됐다. AI 경쟁력을 강화해 프리미엄화 추세를 보이는 스마트폰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경우 위협적인 존재로 떠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비보는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출하량 기준 5위를 달리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지난 15일(현지시간) 비보가 3분기 점유율 9%로 5위를 유지했다고 발표했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옴디아 이보다 하루 전 카운터포인트와 마찬가지로 비보가 점유율 9%를 차지해 5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카운터포인트는 "비보는 인도와 동남아에서 탄탄한 입지를 다지는 동시에 중동·아프리카 전역에서 입지를 확대했다"고 분석했다.

비보는 가장 최근 조사인 2분기 출하량 기준으로 인도에서 점유율 21%를 차지해 선두를 달렸다. 1년 전만 해도 선두인 샤오미를 제외하고 삼성전자와 동률을 기록했지만 이들 기업을 모두 제친 것이다. 비보는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현지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유통 채널을 폭넓게 채택하는 전략을 취해 출하량을 끌어올렸다.

동남아(태국·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베트남·필리핀)에선 점유율 3~5위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필리핀에선 삼성전자를, 태국에선 애플을 따돌렸다. 중국에선 올 3분기 1위 자리를 되찾았다. 출하량 1050만대를 기록한 화웨이를 2위로 끌어내기로 1180만대를 출하하면서 선두를 탈환한 것.

비보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제품으로 신흥 시장에서 덩치를 키웠던 기존 전략에 AI 경쟁력을 더하기 시작했다. 비보가 지난 10일(현지시간) 개최한 개발자 콘퍼런스(VDC)에선 오리진OS 6가 공개됐는데 개인화된 사용경험을 제공하는 기능이 특징이다.

중국 정보기술(IT) 매체 레이폰은 "비보는 올해 VDC에서 '2025 블루 하트 스마트 전략'을 발표했다"며 "이 전략은 AI와 운영체제 통합을 심화해 지능적이고 따뜻한 개인 맞춤형 서비스 경험을 제공할 뿐 아니라 미래 디지털·지능형 서비스 표준 개발에 참여해 모바일 기기가 서비스 플랫폼으로서 책임을 다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전했다.

비보 X200 프로. 사진=비보

비보 X200 프로. 사진=비보

비보 오리진OS 6는 사용자에게 필요한 실시간 정보를 안내하고 맞춤형 제안을 표시하는 '오리진 아일랜드'를 화면 상단에 나타낸다. 이미지나 텍스트를 오리진 아일랜드로 드래그하면 이를 이애한 다음 최적의 애플리케이션(앱)을 추천하기도 한다.

AI 검색 기능도 갖췄다. 검색어만 입력하면 AI가 원하는 정보를 정확하게 찾는다는 설명이다. AI가 보고서나 메시지와 같은 다양한 글쓰기를 지원하는 'AI 글쓰기 도우미'도 지원한다. AI로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하고 다양한 언어로 즉시 번역하는 기능도 탑재됐다. 또 문서를 스캔할 경우 AI가 필기체와 음영을 모두 구분해 디지털 파일로 변환한다.

AI 편집 기능을 이용하면 사진 속 피사체를 자유롭게 옮기거나 크기를 조정할 수 있다. 배경은 AI가 알아서 수정한다. 사진의 경계를 확장해 이미지를 확대할 수도 있다. 흐릿한 사진을 선명하게 바꾸기도 한다. 이 외에도 다양한 AI 편집 도구를 갖췄고 사진·영상을 찾을 땐 일일이 살필 필요 없이 키워드로 검색 가능하다.

비보가 AI 기술을 강화할 경우 신흥 시장 내 영향력은 이전보다 더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신흥 시장에서 가성비 전략으로 출하량을 늘려 인지도를 높였던 만큼 프리미엄화 추세에 맞춘 제품군을 선보이면 기존 사용자들을 계속해서 자사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경쟁사들 입장에선 이를 압도할 AI 기능과 사용경험으로 차별화 전략을 강조하는 것이 과제다.

전 세계 스마트폰 평균판매가격(ASP)은 프리미엄화에 따라 지난해 357달러에서 올해 370달러, 2029년 412달러로 꾸준히 오를 전망이다. 중국·인도에서도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시장 변화가 이어질 전망인 데다 사용자들이 AI폰 비용 부담을 기꺼이 떠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카운터포인트는 "AI 기술이 성숙하면서 ASP 성장 동력은 '원가 상승'에서 '인지된 가치'로 전환될 것"이라며 "즉, 소비자들이 AI를 핵심 기능으로 내세운 기기에 대해 기꺼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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