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규의 데이터 너머] 年 3% 국채금리에 담긴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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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고채 금리가 최근 들어 가파르게 상승(채권 가격은 하락)하고 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연 3%를 넘어섰다. 기준금리(연 2.50%)보다 0.5%포인트 이상 높다. 지난해 7월 기준금리가 연 3.50%였을 때와 비슷한 수준이다.

국채금리 16개월 만에 '최고'

[강진규의 데이터 너머] 年 3% 국채금리에 담긴 기대

서울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난 1일 연 3.045%로 마감했다. 하루 새 0.054%포인트 상승하며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2일에는 연 3.022%로 0.023%포인트 내렸지만, 여전히 3%대 금리다.

3년 만기 금리는 석 달 전인 9월만 해도 연 2.4% 정도였다. 한국은행이 지난 5월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연 2.50%로 낮춘 뒤 7월과 8월 금리를 동결했지만, 여전히 두세 차례 추가 금리 인하를 기대하던 시절이다.

[강진규의 데이터 너머] 年 3% 국채금리에 담긴 기대

10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를 동결한 뒤 연 2.6%대로 올라선 3년 만기 금리는 지난달 12일부터 급등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통화정책 방향 전환 가능성’을 언급한 날이다. 11일 연 2.831%이던 3년 만기 금리는 12일 2.923%로 0.1%포인트 가까이 뛰었다. 추가 금리 인하를 기대했던 시장의 기대가 얼어붙으면서 쏠림 현상이 일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이후 연 2.9% 안팎에서 등락하던 금리는 지난달 27일 다시 급등해 연 3%를 뚫었다. 한은은 이날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어 기준금리 사이클을 종료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시장은 이미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 1일 기록한 연 3.045%보다 3년 만기 금리가 높았던 시기를 찾으려면 1년4개월 이상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지난해 7월 24일 서울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3.046%에 마감했다. 당시 기준금리는 연 3.50%로 아직 금리 인하 사이클이 시작되기 전이다.

현재 연 2.50%인 기준금리보다 1.0%포인트 높은 상황에서도 국채 금리 수준이 비슷했던 것은 시장 참가자의 기대가 달랐기 때문이다. 당시 시장 기대는 지금과는 반대였다. 시장에선 2023년부터 시작된 장기간의 금리 동결 흐름이 금리 인하로 곧 전환될 것이란 기대를 키우고 있었다. 한은에서 “시장의 기대가 과도하다”고 공개적으로 경고했을 정도였다.

기준금리 자체보다 시장 참가자들의 기대가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국채 금리 수준이 정해지고 있다는 얘기다.

동결 장기화 대비해야

시장 금리가 기준금리가 아니라 시장 기대에 따라 변동하는 모습은 지난달 27일 금통위 당일 흐름만 봐도 알 수 있다. 당시 기준금리가 동결됐다는 결정이 나왔을 때 소폭 상승한 뒤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던 국채 금리가 기자간담회에서 ‘금리가 너무 오르면 단순 매입 등 개입할 여지가 있느냐’는 질문에 유보적인 답변이 나오자 상승폭을 키웠다.

이후 이 총재가 채권 금리에 대해 “증권사나 채권 딜러에게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지만 금리가 올라가는 것은 정책의 변화 과정에서 당연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하면서 이런 흐름은 더 강해졌다.

시장에선 당분간 3년 만기 국채 금리가 연 3%를 중심으로 등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경제의 펀더멘털이 안정화되는지 여부가 채권 금리를 결정할 수 있다는 관측도 많다.

시장은 최소 내년 상반기까지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예상하는 상황에서 기대 관리는 더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은이 향후 금리 방향에 어떤 신호를 주느냐에 금리가 크게 반응할 가능성이 커서다. 한은이 금리 인하 사이클을 이어가다가 장기간(8개월 이상) 금리를 동결하는 것은 이번이 다섯 번째다. 과거 네 차례의 ‘동결 장기화’ 이후 ‘금리 인하 재개’와 ‘인상으로의 정책 전환’은 두 차례씩으로 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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