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연의 경영 오지랖] 경영자에게 필요한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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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6.04.10 17:23 수정2026.04.10 17:23 지면A21

[고승연의 경영 오지랖] 경영자에게 필요한 용기

얼마 전 꽤 유명한 투자 전문가와 긴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그에게 개인투자자가 저지르는 가장 큰 실수가 무엇인지 물었다. 잠깐 고민하던 그가 이렇게 말했다. “많은 분, 특히 투자를 잘 못하는 분들의 가장 큰 특징이 ‘손절’을 못한다는 거예요. 자신이 잘못 판단했고, 잘못된 선택을 했다는 걸 인정하기 싫은 겁니다. 그냥 보기 싫으니까 덮어놓는 거죠. 손절하고 다른 곳에 투자하면 되는데, 그렇게 그 이상을 벌면 되는데 죽어도 그걸 못해요.” 뼈아픈 조언이 이어졌다. “그런데, 사실 그게 인간 본성입니다. 원래 투자라는 건 중력을 거슬러 역기를 드는 것과 같아요. 그만큼 힘든 일입니다. 굉장한 용기가 필요하죠. 본능을 거스르는 용기요.”

잘못·무지 과감히 인정해야

 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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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용기’라는 말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그리고 투자자를 위한 조언은 경영자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 안되고 있는 사업, 예상과 달리 시장에서 선택받지 못한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많은 리더가 자신의 실수와 잘못된 판단을 인정하고 과감하게 접는 선택을 쉽게 하지 못한다. 이런저런 편법을 통해 손해가 크지 않은 것처럼 보이게 만들고 그쪽을 잘 쳐다보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인간의 본능이다. 자신의 실수를 마주하는 것만큼, 또 그것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만큼 마음 힘든 일이 없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계약직’인 임원이거나 승진을 앞둔 직원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리더들에게 필요한 첫 번째 용기가 ‘실수와 잘못의 인정’이라면, 두 번째로 필요한 용기는 ‘무지에 대한 인정’이다. 즉 ‘모르는 것을 인정하고 공부할 수 있는 용기’다. 경영자, 리더, 임원이라고 해서 모든 분야를 다 알 수 없다. 그게 당연하다. 다만 그 지위와 권한을 활용해 계속 공부하면 되고, 내외부 전문가에게 물어보면 된다. 그런데 다들 이를 어려워한다. 이때 많이 나타나는 증상은 ‘내가 잘 모르는 분야는 원래 안 중요한 분야, 내가 잘 모르는 것은 사업이나 조직에 전혀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치부해버리는 것이다.

실수 바로잡는 조직문화도 필요

얼마나 마음이 편해지는가. 이렇게 되면 ‘내가 저걸 괜히 모르거나, 무식한 게 아니라 전혀 중요하지 않은 일, 몰라도 되는 일이기 때문에 모르는 것’이라고 ‘자기 세뇌’가 이뤄진다. 더 큰 문제는 그 업무나 해당 영역에서의 지식이 사실 꼭 필요한 것이거나 최소한 일이나 조직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할지라도 스스로 이미 그렇게 규정했기에 거의 영원히 모른 채로 살아간다는 점이다.

첫 번째 용기를 갖기 위해서는 조직적인 뒷받침도 필요하다. 빠르게 실수를 인정하고 조직 내에서 토론해 바로잡을 수 있는 문화, 학자들 사이에서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이라고 불리는 안전판도 어느 정도 있어야 한다. 두 번째 용기를 얻기 위해 필요한 건 사실 많지 않다. 직원 대부분은 모든 걸 다 아는 사람이 세상에 없다는 것을 안다. 무지를 인정한다고 해서 절대 권위가 떨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솔직하게 ‘잘 모르는 분야인데 어떻게 공부해야 하나, 누구한테 물어봐야 하나’라고 질문하면 ‘학습하는 리더’로 인정하게 되고 존경심이 생길 수도 있다. 다만, 쇼츠 형식의 짧은 동영상 몇 개 봤다고 어떤 분야에 대해 제대로 된 지식이 생기는 건 아니듯, 잘 요약된 보고서 몇 개를 보고 ‘내가 이제 알았다’라고 하는 ‘지식 착각’의 함정이 존재하니 그것만 조심하면 된다.

고승연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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