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작은 한반도에 있는 한국이라는 나라가 문화적으로 얼마나 대단한 일을 했는지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한국 시청자들이 이번 시즌도 재밌게, 자랑스럽게 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성진 감독)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제 이름은 찰스 멜튼이고, 제가 한국인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다는 겁니다."(찰스 멜튼)
7일 화상으로 진행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성난 사람들' 시즌2(이하 '성난 사람들2') 간담회에서 이성진 감독과 주연 배우 찰스 멜튼이 한국이라는 정체성을 내세우며 자부심을 전했다. 그러면서 이 작품은 "한국이라는 뿌리에서 시작된 것"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성난 사람들'은 2023년 4월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한국계 제작진과 배우들이 주축이 되어 현대인의 결핍과 분노를 날카롭게 그려냈다. 이듬해 에미상 8관왕, 골든글로브 3관왕에 오르며 작품성과 흥행성을 모두 인정받았다.
지난 시즌에서는 일이 잘 풀리지 않는 하층민 계약업자 '대니'(스티븐 연)와 겉보기엔 완벽한 삶을 사는 성공한 사업가 '에이미'(앨리 웡)가 보복 운전으로 얽히게 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반면 시즌2는 상사와 부하 직원들의 관계를 풀어낼 것으로 알려졌다.
찰스 멜튼은 한국계 혼혈로 Z세대를 대표하는 '오스틴 데이비스' 역을 맡았다. 오스틴은 대학 미식축구 선수 출신으로, 지금은 컨트리클럽의 시간제 직원이자 프리랜서 퍼스널 트레이너로 일한다. 약혼녀인 '애슐리'(케일리 스페이니 분)와 1년반째 말싸움이나 갈등 한 번 없는 상호 의존적인 관계를 이어가던 중 컨트리클럽 총재 부부인 '조시', '린지'와 얽히면서 두 사람 사이에도 균열이 일기 시작한다. 겹겹이 쌓여온 거짓말과 다툼이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그는 갈등의 중심에 서게 된다.
이번 시즌에는 한국계 배우와 스태프뿐 아니라 한국의 정상급 연기자인 윤여정, 송강호가 캐스팅되어 화제가 됐다.
윤여정이 연기하는 '박 회장'은 침묵 세대를 상징하는 캐릭터다. 컨트리클럽의 새로운 소유주로서 과묵한 태도로 상대방을 압도하는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를 지닌 인물이다.
송강호는 베이비붐 세대를 보여주는 '김 박사' 역할로 캐스팅됐다. '김 박사'는 세계적인 명성을 떨치는 성형외과 전문의이자 '박 회장'의 두 번째 남편이다. 그는 한동안 아내와 함께 호화로운 만찬과 럭셔리 여행, 컨트리클럽 모임을 즐기며 끝없는 휴가와도 같은 삶을 누려왔다. 하지만 날로 심해지는 손 떨림을 외면하던 '김 박사'는 결국 수술대 위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고, '박 회장'은 이를 은폐해야만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이들과의 작업에 대해 이성진 감독과 찰스 멜튼은 "커리어 최고의 순간"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성진 감독은 "송강호 선생님은 '내가 해야 하는 역인지 모르겠다'라고 정중하게 거절하셨다. 그래서 윤여정 선생님께 연락해 '이러이러하게 됐다'라고 말씀드렸는데, 윤여정 선생님이 직접 전화해서 '당신 송강호잖아, 어떤 역할이든 할 수 있잖아'라고 설득해 주셨다"라며 "3부에 두 사람이 함께 등장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봉준호 감독님이 촬영장에 깜짝 등장하셨다. 화면을 보면서 '이렇게 찍을 거 확실하냐'라고 허리를 찌르며 농담을 하셨는데, 제 커리어에서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라고 회상했다.
찰스 멜튼은 한국계 어머니와 백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6년 동안 자랐다"라고 소개했다. 송강호와 윤여정의 존재감을 인지하고 있던 그는 "송강호 배우는 뭔가를 하지 않아도 그 존재 자체로 대단했고, 윤여정 배우는 깊은 위엄을 뿜어냈다"라며 "한국의 전설들과 함께 일한다는 소식을 듣고 저희 할머니와 사촌들까지 기뻐했다"라고 전했다.
다음은 이성진 감독과 찰스 멜튼의 일문일답. ▲ '성난 사람들'이 큰 사랑을 받았다. 새 시즌을 앞둔 소감이 궁금하다.
이성진 감독(이하 이) 개인적으로 설레고 있다. 시즌2에 많은 노력을 들였다. 어찌 보면 시즌1보다 더 큰 야망과 노력을 쏟아 작업했다. 라디오헤드의 1집이 대단했지만 2집이 더 좋았던 것과 같은 성취를 목표로 한다. 시청자들이 기존에 어떤 요소를 좋아했는지 잘 알고 있으며, 그것을 제공하고자 했다. 또한 이번에도 한국적 요소가 많으니 그 지점을 주목해 주길 바란다. 이전에는 한국계 미국인에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한국계 뿌리가 있는 혼혈이나 정체성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인물도 다루고 싶었다. 또한 재벌의 세계와 동서양의 교역 등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다뤄지길 기대하고 있다.
찰스 멜튼(이하 멜튼) 저도 많이 설렌다. 한국 촬영도 예정되어 있어 마치 고향으로 돌아가는 기분이다. 저는 6년 정도 한국에서 살았다. 어머니는 한국계 이민자로 제가 11살일 때 미국 시민권을 받으셨다. 저처럼 다른 인종 사이에서 태어난 한국계 미국인의 이야기를 써주셔서 감사하고, 많은 영감을 받았다. 평소 한국 영화를 좋아하여 박찬욱 감독과 봉준호 감독의 작품을 많이 봤다. 이성진 감독님은 아마 두 분의 예술적 아들이 아닐까 싶다.
이) 그렇게 말하면 안 된다. 이건 신성 모독이다.(웃음)
멜튼) 이성진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자본주의에 비유하여 인간성을 말한다. 저의 뿌리를 이 공간에서 보여줄 수 있도록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
▲ 시즌2는 시즌1과 이어지지 않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연결고리가 있다면?
이) 시즌1이 외롭고 고립된 사람들의 이야기였다면, 그들이 마지막에 이르러 '어쩌면 함께 살아가도 되겠다'라는 생각을 하며 마무리됐다. 시즌2는 이러한 정서를 이어간다. 함께 살아가고 싶은 사람을 찾았을 때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자본주의가 날뛰며 중산층을 과하게 압박하는 상황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갈지를 다룬다.
▲ 멜튼은 어떤 점에 이끌려 출연하게 됐을까.
멜튼) 오스틴은 굉장히 착하고 성실한 인물이다. 이 이야기에서 오스틴은 신혼 시기를 지나며 겪는 변화를 탐구하고, 한국인들과 어울리며 자신의 정체성 뿌리를 고민해간다. 스스로 정체성이라 믿었던 것이 사실은 '가면'임을 깨닫고 성장하게 된다.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타인을 위해 하는 행동이 반드시 이로운 일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 윤여정과 송강호의 캐스팅도 화제가 됐다.
이) 이번 시즌에는 더 넓은 의미의 한국을 담고 싶었다. 이는 시즌2를 기획하기 전부터 생각한 것이었으며, 제 삶에서 한국에 대한 존재감이 커지며 구체화됐다. RM의 뮤직비디오 등을 연출하며 한국을 오가게 됐고, 그 과정에서 한국의 고위층 인사들을 만나게 됐다. 그 세계가 매우 매혹적이라고 느꼈다. 그런 부분들을 시즌2에 녹여내고 싶었으며, 그 요소를 '오스틴'에게 부여했다. 이왕 이렇게 된 것 목표를 더 높게 잡자고 결심해 지구상 가장 유능한 배우인 윤여정 선생님과 송강호 선생님을 섭외하게 됐다. 송강호 선생님은 처음에 '내가 해야 하는 역할인지 모르겠다'라며 정중하게 거절하셨다. 그래서 윤여정 선생님께 도움을 청했는데, 선생님이 직접 전화해 "당신 송강호잖아, 어떤 역할이든 할 수 있잖아"라고 설득해 주셨다. 정말 감사했다. 이 역할을 송강호 배우가 아닌 다른 사람이 수행하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3부에 두 분이 함께 등장하는 장면을 촬영할 때 봉준호 감독님이 현장에 깜짝 방문하셨는데, 화면을 보며 "이렇게 찍을 것 확실하냐"라고 장난스럽게 농담을 던지셨던 순간은 제 커리어에서 잊지 못할 경험이다.
▲ 두 사람과 함께 연기한 소감은 어떤가?
멜튼) 현장에서 목격하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었다. 송강호 배우는 특별한 행동을 하지 않아도 존재만으로 대단했고, 매사를 차분하게 준비하는 분이었다. 제 연기를 보고 그분이 웃으시는 바람에 NG가 난 적이 있는데, 제 연기 인생 최고의 순간이었다. 윤여정 배우는 깊은 위엄을 뿜어냈다. 마치 마법과 같은 순간이었다. 저의 정체성을 탐구하며 이 이야기와 맞닿은 표현들을 만들어갈 수 있었다. 이성진 감독님 덕분에 대선배들과 함께 이야기를 풀어갈 수 있어 영광이었고, 그분들과 연기한다는 소식에 저희 할머니와 사촌들까지 정말 기뻐했다. 한국의 전설들과 함께 일할 수 있어 감사했다.
▲ 시즌2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나.
이) 현재의 자본주의와 계층 간 갈등을 배제하고는 이야기를 쓸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한 주제들이 시즌2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적인 역할이다. 저는 작은 한반도에 위치한 한국이라는 나라가 문화적으로 얼마나 대단한 성취를 이루었는지 늘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한국 시청자분들이 이번 시즌도 즐겁고 자랑스럽게 봐 주셨으면 좋겠다.
멜튼) 제 이름은 찰스 멜튼이고, 제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정말 자랑스럽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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