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 개관한 이 센터는 트럼프 대통령에겐 스스로에게 준 당선 축하 선물과 다름없었다. 1963년 암살당한 제35대 케네디 대통령을 기리는 기념 공연장이자 미 수도의 랜드마크라 더 탐이 났던 걸까. 그는 취임 직후 이사회를 측근으로 물갈이하고 자신을 이사회 의장에 ‘셀프’ 임명했다. 센터 측은 이사회 결정을 기다렸다는 듯 바로 다음 날 ‘트럼프’ 이름을 건물 외벽에 새겼다. 23일 CBS가 녹화 방영한 ‘트럼프-케네디센터 공로상’ 시상식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집주인인 양 MC 역할까지 자처했다. 주인공인 문화예술인들은 들러리로 전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마이 네임’ 정치는 영역을 가리지 않고 노골화하고 있다. 그는 5조 원이 넘게 투입돼 2030년 완공 예정인 프로미식축구리그(NFL) 워싱턴 커맨더스의 새 안방구장에 자신의 이름을 붙이길 원한다고 한다. 미 해군의 신형 전함도 ‘트럼프급 전함’으로 불릴 것으로 보인다. 100만 달러를 내면 영주권이나 체류 허가를 받는 이민 프로그램은 ‘트럼프 골드 카드’라 이름 붙였다. 곧 나올 500만 달러 이상 기부 프로그램은 ‘트럼프 플래티넘 카드’다. 의회 산하 싱크탱크인 ‘미국 평화연구소’는 ‘도널드 트럼프 평화연구소’가 됐다. 사진도 곳곳에 쓴다. 내년 발행되는 미 국립공원 입장권은 물론이고 비록 초안이지만 ‘미국 독립 250주년 기념 주화’에도 트럼프 이미지가 들어갔다.
▷미국 내 여론은 좋지 않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2.0’이 제왕적 대통령제를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렸다”고 비꼬았다. MSNBC는 “트럼프의 주된 관심사는 국정 운영이 아닌 자기 과시와 영광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했다. “셀프 우상화” “자기 홍보 노골화” 등 트럼프의 ‘자기 이름 중독증’에 대한 비판은 신랄하다. 트럼프-케네디센터 이름 확정 후 재즈 뮤지션 척 레드는 2006년부터 그곳에서 해 온 크리스마스이브 공연을 취소했다.▷현대 사회에서 지도자 이름을 공적 영역에 활용하는 건 그 사람이 직에서 물러났거나 사후에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 권력자 이름을 마케팅 용어처럼 사용하는 건 독재국가에서나 볼 법한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편으로 ‘탁월한 사업가’다. 퇴임한 그가 공연장, 경기장, 전함 등을 상대로 이름 사용료를 요구했다는 놀라운 소식이 들려오지 말란 법도 없다.
김창덕 논설위원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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