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중진 윤상현 의원이 22대 총선을 6개월 앞둔 2023년 10월 “이대로면 다음 총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며 했던 말이다. 당시는 윤석열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친윤(친윤석열) 핵심부가 ‘내부 총질을 없앤다’며 대선 승리에 힘을 보탰던 안철수, 유승민, 이준석 등 중도보수를 표방하는 세력을 모두 내쳤던 때다.
총선 목전에서 윤석열 정부 지지율은 곤두박질쳤고, ‘선거 폭망’ 우려가 짙어졌는데도 당정은 이런 호소를 귀담아듣지 않았다. “선거연합을 복원해야 한다”는 상식적인 주장을 외면한 결과는 개헌 저지선을 겨우 지킨 총선 참패였다. 107석의 의석수 한계로 ‘정당 해산’까지 압박하는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장외집회 말고는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는 작금의 국민의힘 상황은 이런 뺄셈정치가 역할을 한 셈이다.
지방선거를 6개월여 앞둔 지금의 국민의힘 지도부에도 여전히 뺄셈정치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포용하면서 세력을 넓히기보다 배제하고 견제하는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이번엔 ‘마이너스’ 대상에 한동훈 전 대표도 포함된 게 지난 총선과 차이라면 차이다.당 원로들은 지난달 장동혁 대표를 만나 우려를 쏟아냈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지키려는 모든 세력을 모아야 한다. 유승민, 이준석, 한동훈 등과 함께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용광로 같은 화합의 정치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얼마 뒤 여상원 당 윤리위원장의 사임 소식이 들려왔다. ‘당내 갈등 조장’으로 윤리위에 회부된 친한동훈계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징계 대신 주의 조치를 내린 지 2주 만이었다. 여 전 위원장은 “당에서 물러나라는 취지의 말이 있었다”고 했다.
지방선거총괄기획단은 ‘당심 50%, 민심 50%’의 기존 룰을 ‘당심 70%, 민심 30%’로 바꾸는 방안을 지도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장 대표는 “대표로서 당성(黨性)을 강조해 왔고 당원 권리를 확대하겠다고 약속해 왔다”며 지선기획단 구상에 힘을 실었다. 이렇게 경선 룰이 바뀌면 중도보수를 표방하는 인사들의 출마 선택지가 더욱 좁아질 거라는 게 중론이다. 한 야당 의원은 “유승민 전 의원이 타격을 받지 않겠느냐”고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박형준 부산시장 등 온건한 목소리를 내는 현역 광역단체장들도 안심할 수 없을 거란 얘기도 나온다. 당 지도부의 뺄셈정치가 보다 복합적, 다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게 온건파 의원들의 우려다. 정치인을 향한 배제의 정치에서 멈추지 않고, 표를 내어줄 민심을 향해서도 축소지향적으로 나간다는 것이다. 선거를 앞두면 ‘전가의 보도’처럼 외치던 ‘중도층 외연 확장’ 목소리는 선(先) 지지층 결집론에 막혀 있다. 오히려 “중도 실체가 있긴 있느냐” “중도층은 투표를 잘 하지 않는다”는 볼멘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장 대표는 장외집회에서 비를 맞아가며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와 정부의 현금성 포퓰리즘 예산, 여당발(發) 사법부 압박의 부당성을 외치고 있다. 나라의 미래가 정말 걱정된다면 혼자 외롭게 외치는 것보다, 여럿이 함께 외쳐 더 많은 사람이 듣게 하는 게 낫지 않겠나.
김준일 정치부 기자 ji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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