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의 진화가 거듭될수록 청년들의 불안은 구조적 추세로 굳어지는 모습이다. 신입 사원이 실수를 거치며 배우던 ‘엔트리레벨(Entry-level)’ 업무를 AI가 더 빠르고 정확하게 수행하면 기업들이 신입을 대규모로 채용할 경제적 유인이 크게 줄기 때문이다. “회사가 나를 고용하지 않으면 내가 나를 고용하는 수밖에 없다”는 압박 속에 청년들은 소규모 창업과 1인 기업을 대안으로 거론하고 있다.
이런 추세를 단순한 청년 일자리 감소로 생각할 수 없는 이유는 이것이 경력 축적 구조의 단절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청년 고용의 구조적 축소는 직무 전문성을 쌓을 사다리가 끊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일터는 단순히 월급을 받는 공간이 아니라 실수하고 배우며 직무 감각과 문제 해결 능력을 체득하는 훈련장이다. 처음 들어갈 자리가 줄어들면 청년이 경력을 쌓을 출발점을 잃게 된다. 이는 몇몇 청년의 취업 실패가 아니라 사회 전체가 미래의 중간 관리자, 숙련 실무자, 산업 인재를 길러낼 통로를 잃는다는 뜻이다.회사 내부에 축적된 암묵지(暗默知)가 다음 세대로 흘러가는 경로도 막힌다. 지식의 단절은 곧 사회 전체의 역량 손실이기도 하다.
창업이 대안처럼 거론되지만 사업 감각은 현장 없이 체득될 수 없고 하루아침에 생기지도 않는다. 우리가 잘 아는 많은 사업가들이 직장 경력을 자산 삼아 창업해 성공을 일궜다. 다이슨을 창업한 제임스 다이슨은 엔지니어링 회사에서 근무하다 우연히 방문한 제재소에서 공기 회전을 이용해 공기와 톱밥을 분리하는 기술을 보고 흡입력 강한 진공청소기 명가를 구축했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도 삼성SDS에 다니다 독립해 검색 회사를 창업해 크게 키웠다.
시장을 읽는 감각은 일터의 경험 위에서 비로소 자란다. 경험이라는 토양을 갖추지 못한 채 창업하라는 요구는 씨앗을 심을 밭도 없이 수확을 기대하는 것과 다름없다. 이런 문제를 시장의 자율 조정에만 맡겨둘 경우 청년 실업은 일시적 충격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 고착 상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최근 AI와 노동시장 재편을 주제로 열린 한 민간 포럼에서는 현재 공공 부문에 적용되는 청년고용할당제를 고용 여력이 있는 일부 민간기업으로까지 넓히는 방안을 검토하자는 제안까지 나왔다. 미래를 조망하는 전문가들이 그만큼 사안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의미다.우리 사회는 AI의 일자리 대체를 주요 의제로 거론하고 있지만 구체적 대처 방안을 논의하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청년이 일터에서 배우고 넘어지며 다시 설 수 있는 구조를 만들지 못한다면 AI가 바꾸는 것은 노동시장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미래 그 자체일 것이다.
김현지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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