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김호경]집주인과 세입자 간 분쟁… 실거주 유예만으로 못 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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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경 뉴스룸기획팀장 얼마 전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세를 주던 아파트 매도를 포기하고 직접 거주하기로 했다. 전세 만기 시 집을 비워주겠다며 서면 합의서에 서명까지 했던 세입자가 매매 계약 체결 이후 돌연 계약 갱신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갱신 요구를 철회하는 대가로 억대에 가까운 ‘이사비’를 요구했다. 금액 자체도 큰 부담이었지만 한 번 약속을 어긴 세입자를 믿을 수 없었다. 오랜 고민 끝에 매수자에게 위약금을 물어주고 계약을 파기했다. 서울 등 수도권 주요 지역에서 세를 낀 집을 팔거나, 살 계획이 있다면 누구라도 겪을 수 있는 일이다. 토허구역에선 세를 낀 집을 팔려면 갱신 요구를 하지 않겠다는 세입자의 서면 합의서(임대차 계약 종료 확인서)를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 문제는 세입자가 여기에 서명했더라도 임대차 계약 종료 2개월 전까지는 얼마든지 퇴거 약속을 번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는 당사자 간 합의가 있어도 세입자에게 불리한 약정은 무효로 보기 때문이다. 갱신 요구를 하지 않겠다는 합의 자체가 세입자에게 불리한 내용이라 세입자가 번복하면 서면 합의서의 효력은 사라지게 된다. 세입자 변심에서 비롯된 분쟁은 과거에도 있었지만, 거래를 무산시킬 정도는 아니었다. 갭투자가 가능하던 시절에는 세입자가 퇴거 약속을 뒤집어도 매수자의 입주 시기를 늦추는 식으로 대처할 수 있었다. 지난해 10월 수도권 주요 지역이 토허구역으로 묶이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매수자에게 실거주 의무가 생겼기 때문이다. 위반하면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세입자의 퇴거 거부로 이행강제금 등 금전상 손해를 입었다면 매수자는 집주인에게, 집주인은 다시 세입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한다. 세입자의 변심이 집주인, 매수인까지 얽힌 3자 간 분쟁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국토교통부와 관할 구청에 해결 방법을 문의했으나, 돌아온 건 이사비를 주고 원만하게 합의하거나, 소송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답변이었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소송의 실익은 크지 않다고 했다. 이기더라도 실제 손해액을 온전히 인정받기 어렵고, 무엇보다 판결까지 1년 이상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때까지 집주인과 매수인은 매매 계약에 묶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을 버텨야 하는 셈이다. 정부의 세제 개편안이 시행되면 세를 낀 주택 매도를 둘러싼 분쟁이 본격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세금을 감당하기 벅찬 다주택자나 비거주 1주택자들은 ‘세금 폭탄’을 피하려고 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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