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북 장수군에서 만난 박승민내과 원장도 20년째 묵묵히 지역의료를 지켜 온 시골 의사다. 그는 집이 있는 전주에서 왕복 3시간을 달려 주 6일 출퇴근한다. 평일엔 평균 70∼80명가량 환자를 보는데, 최근 장수군 인구가 2만 명대 붕괴를 앞두고 있어 언제까지 병원을 운영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했다.
의사 상당수가 서울 등 수도권 근무를 희망하는데 두 사람은 왜 시골 의사가 되기로 결심한 걸까. 의사로서 거창한 직업윤리나 사명감을 기대했는데 돌아온 대답은 의외였다.
“저도 그렇고 시골 의사 절반은 공보의 때 주민들과 쌓은 좋은 기억 때문에 남는 거죠.”(박 원장) “서울에서 수련 마치고 공보의로 이 병원에 왔다가 눌러앉았어요. 고향도 근처 포항이고요.”(이 병원장)정부는 지방을 떠나는 의사를 붙잡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르면 다음 달 초 결정하는 내년도 의대 증원 인원 전체를 ‘지방 10년 의무 복무’를 조건으로 한 지역의사제로 선발할 방침이다. 2030년 설립 목표인 의학전문대학원 형태의 공공의료사관학교(가칭)와 신설 지역의대도 지역·필수의료 분야 의사 확보가 목표다.
그러나 지역의사제나 공공의대가 의료취약지 문제의 근본 해결책이 아니라는 건 의료계도, 정부도 아는 사실이다. 의사가 스스로 지방에 남게 할 유인이 부족하니 정부 지원을 조건으로 지역·필수 의사를 선발하는 고육책을 쓰는 셈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해 말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지역의사니 공공의사니 해서 의사를 보충해도 시간이 지나면 도로 사라질 것”이라며 “문제가 생긴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고 했을 정도다.
어쩌면 두 시골 의사가 지역에 남은 이유가 지역의료를 살리는 힌트가 될 수 있다. 의대 교육과 수련 과정에 지역의료 경험을 강화하는 것이다. 일본은 레지던트뿐 아니라 전임의(펠로), 의대 교수들도 지역 병의원 파견을 당연하게 여긴다. 현재 의대 교육과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수련은 철저히 3차 대형병원, 수도권, 지방 대도시 중심이다. 의료의 반쪽만 경험한 채 의사 면허를 따고, 전문의를 취득하는 셈이다. 진짜 의사가 아닌 ‘의료 기술자’를 길러내고 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의료계 내에서도 나오는 이유다.레지던트 수련 기간 4년(내·외과 등 일부 진료과는 3년) 중 6개월 만이라도 지방 의료취약지 경험을 쌓도록 수련체계를 바꾸는 건 어떨까. 현역 입대 증가로 인해 갈수로 줄어드는 공보의 자원을 대체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한 해 3000여 명의 전공의가 반 년만이라도 풀뿌리 지역의료를 경험한다면 이 중 일부는 향후 지역과 공공의료에 헌신하는 의사로 성장할지도 모른다.
박성민 정책사회부 차장 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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