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사회는 발칵 뒤집혔다. SNS 계정을 만들 수 있는 연령 제한을 13세에서 16세로 올리자는 ‘36개월 캠페인’에 공감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호주 성인의 89%가 이에 찬성했다. 샬럿 사망 3개월 만인 지난해 말 호주 의회에서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이용 금지법이 통과됐다. 이 법은 다음 달 10일 시행된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유튜브, 스레드 등 10개 플랫폼이 대상이다. 청소년 접근 차단 기술을 마련하지 않은 기업은 벌금으로 최대 4950만 호주달러(약 471억 원)를 내야 한다.
호주에서 시작된 10대 SNS 사용 규제는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덴마크는 이달 15세 미만 아동의 SNS 이용을 금지하기로 했다. 지난달 덴마크 총리는 의회에서 “우리는 괴물을 풀어놨다. 지금처럼 많은 어린이와 청소년이 불안과 우울로 고통받은 적이 없다”며 규제 필요성을 역설했다. 노르웨이, 영국, 프랑스, 말레이시아 등도 유사한 규제를 추진 중이다.
물론 반대 목소리도 있다. 표현과 소통의 자유 등 당사자 기본권을 침해하고, 강한 규제가 청소년의 SNS 사용을 음지로 내몰아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호주 청소년 SNS 이용 규제에 반대했던 호주 아동권리 태스크포스 소속 전문가 140여 명은 “이용 제한은 SNS의 유해성을 막는 데 너무 무딘 수단”이라며 “더 세분화된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한국은 어떨까. 정부 조사에서 10대 약 43%가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으로 분류됐다. 국회엔 SNS 중독을 막기 위한 ‘16세 미만 일별 이용 한도 설정’ ‘14세 미만 이용 금지’ ‘알고리즘에 따른 노출 제한’ 등의 법안이 발의돼 있다. 그러나 발의된 지 1년이 넘도록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정부도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청소년 주무 부처인 성평등가족부, 교육부, 플랫폼 기업을 담당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과의존 위험군 발굴을 강화하거나, 기업에 미성년자 이용 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등 기존 대책을 반복할 뿐이다. 2011년 시행했다가 실효성 논란과 과잉 규제라는 비판 속에 폐지된 ‘게임 셧다운제’의 기억이 정부를 주저하게 만든다는 말까지 들린다.
분명한 건 어른들이 책임을 미루는 사이 아이들은 SNS 중독이라는 더 깊은 늪으로 빠져든다는 점이다. ‘무한 스크롤’ ‘좋아요’ 등 아이들의 경쟁심과 불안을 자극하고, 과다 이용을 초래하는 기능만이라도 최소한의 제한이 필요하다. “현실에선 과도한 사교육과 과잉보호로 아이들을 억압하면서, 온라인에선 이처럼 방임하는 건 이중 학대나 마찬가지다”라는 정신건강 전문가의 경고를 귀담아들을 때다.박성민 정책사회부 기자 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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