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의 영역도 이런데 나머지 노동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은 더 거대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미국 기업들은 이미 인공지능(AI)발 구조조정 쓰나미에 아우성이다. 업종도, 기업 규모도 가리지 않는다. 미국 최대 이동통신사 버라이즌이 1만3000개가 넘는 일자리를 줄이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전자상거래 공룡 아마존도 1만4000명 감축 계획을 내놓았다. 글로벌 물류 업체 UPS 역시 올해에만 4만4000명을 내보냈다. 구직·고용 컨설팅 업체 챌린저그레이앤드크리스마스(CG&C)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올해 미국에서 사라진 일자리는 이미 95만 개에 육박한다. 코로나19 이후 ‘구인 대란’에 시달리던 미국 노동시장이 불과 2∼3년 만에 정반대의 국면으로 돌아선 것이다.
경기 영향도 없지는 않겠지만 그 한가운데는 AI가 자리한다. AI는 사무, 지원, 고객 응대 등 반복 업무를 중심으로 생산성을 폭발적으로 높이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사람이 하던 일’을 더 적은 비용과 더 빠른 속도로 자동화할 수 있게 된 것. 미국 기업 경영진들은 “AI 도입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 전략”이라며 너도나도 인력 다이어트에 동참하는 모습이다.
문제는 이 흐름이 결코 미국만의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게다가 이 같은 파도는 별다른 경력이 없는 청년들부터 덮치고 있다. 한국은행은 최근 ‘AI 확산과 청년 고용 위축: 연공 편향 기술 변화를 중심으로’ 보고서에서 AI에 많이 노출된 업종에서 청년 고용 감소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AI가 쉽게 대체할 수 있는 기초적·반복적 업무가 주니어 직무에 집중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예고된 결과다. ‘경험을 쌓으면서 배우던’ 신입 직원들인데, 이제는 그 ‘경험의 기회’ 자체가 줄어드는 셈이다.지금도 AI는 점점 더 똑똑해지고 있다. 단순히 업무를 돕는 보조 도구가 아니라 업무 방식 전체를 새롭게 정의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앞으로의 노동시장 변화 속도는 지금보다 훨씬 더 가파를 가능성이 높다. 결국 우리의 과제는 명확하다. AI 대전환의 파도가 본격적으로 몰아치기 전에 청년층의 직업 역량과 산업 구조 전반을 ‘재설계’하고 대학 교육과 직업훈련 체계를 AI 시대에 맞게 바꾸어야 한다. 정부는 산업별 일자리 전환을 지원하는 안전망을 촘촘히 만들고, 재교육·재배치에 실질적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
AI가 불러온 도도한 변화의 물결을 우리만 피해갈 순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충격을 어떻게 흡수하고, 어떤 기회로 전환하느냐는 결국 사회의 선택과 준비에 달려 있다. 더 늦기 전에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한다. “AI 시대에 우리의 청년들은 어떤 일자리에서, 어떤 역량으로 살아남을 것인가. 그리고 사회는 그들을 어떻게 도울 것인가.”
장윤정 산업1부 차장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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