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조건희]두 번째 침수는 재난이 아니라 방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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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희 사회부 차장 한밤중 손발에 차가운 물기가 닿아 잠에서 깬다. 흙탕물이 문틈으로 쏟아져 들어와 방에 차오르고 있다. 신고가 폭주해 119는 불통이다. 폭우로 침수를 겪은 이들이 말하는 그날의 풍경이다. 가장 안전해야 할 집이 가장 위험한 곳으로 돌변한다. 그 기억은 나라가 산정한 피해액 몇 푼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트라우마를 남긴다. 2008년 7월, 어머니도 같은 일을 겪었다. 군 복무 중에 집이 잠겼다는 이모의 연락을 받고 특별휴가를 얻어 달려갔다. 반지하 방 벽에는 무릎 높이로 물이 들어왔다 빠진 자국이 선명했다. 방 한쪽에는 젖어서 못 쓰게 된 세간이 쌓여 있었다. 한밤중에 친구들을 급히 불러 물을 퍼냈다는 어머니는 그 옆에 넋이 나간 채 앉아 있었다. 세 번의 암을 이겨낼 정도로 강인한 어머니가 보인 적 없는 표정이었다. 18년이 지났지만, 이 좌절을 한 번도 아니라 두 번, 세 번 겪은 사람들이 여전히 있다. 취재팀이 서울시 침수흔적도 4년 치를 지번 단위로 대조한 결과, 2022년 집중호우 때 물에 잠겼다가 이후 또 침수된 건물은 179곳이나 됐다. 81곳이 영등포구 문래동에 몰렸고 은평구(31곳)와 도봉구(19곳)가 뒤를 이었다. 반면 2022년 490곳이 침수됐던 강남구에서 다시 잠긴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전남광주에서는 지난해 7월 물에 잠긴 244곳이 채 복구도 되기 전인 8월에 또 잠겼다. 원인은 다 달랐다. 문래동은 인근 도림천 폭과 깊이가 부족해 비만 오면 넘쳤다. 은평구와 도봉구는 산에서 내려온 물이 좁은 주택가로 모였다. 광주 북구 신안동에서는 하천변 홍수 방어벽이 오히려 물을 가뒀다고 지목됐다. 그러나 결과는 같았다. 첫 번째 침수 이후 어느 기관도 ‘같은 건물이 몇 번 잠겼는지’를 세지 않았다. 이번 반복 침수 통계도 취재팀이 4년 치 기록을 일일이 맞춰본 뒤에야 확인됐다. 그사이 반복 침수 지역 대책은 겉돌았다. 4년 새 무려 세 번이나 잠긴 서울 노원구의 한 다세대주택 앞에는 지난달 물막이판이 붙어 있었다. 정작 그 옆 배수로는 낙엽과 담배꽁초로 막혀 있었다. 은평구의 60대 정육점 주인은 2년 연속 가게가 잠겨 장판을 두 번 새로 까는 동안 지자체에서 한 번도 나와보지 않았다고 했다. 신안동에 사는 한 주민은 “대책은 있다는데 못 믿겠다”고 했다. 한번 잠긴 건물이 또 잠겼다는 건, 첫 번째 침수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다는 뜻이다. 원인을 따져 대책을 세우고 그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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