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19일 “정당의 본래 목적은 권력을 쟁취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유럽 순방 성과에 대한 브리핑을 하는 도중 이른바 ‘명청 갈등’에 대한 질문을 받고 한 말이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집권 여당의 역할에 대해 “이론가, 운동가, 실천가와 정치인은 다르다”며 “정치는 현실이다. 실천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순방 출국 전날인 8일 기자회견에서도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진두지휘한 6·3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도대체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도지사는 12 대 4로 이겼지만 수도 서울 탈환에 실패한 것에 대한 감정을 여과없이 드러낸 것이다. 다음 날 이 대통령이 순방 출국길에 늘 배웅 나갔던 정 대표를 부르지 않고 당권 경쟁자인 김민석 국무총리를 참석시키자 정 대표에 대한 불신임 메시지라는 해석이 더욱 힘을 받았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인식을 의식했는지 정 대표는 17일부터 19일까지 사흘 내내 공식 석상에서 이 대통령의 유럽 순방을 극찬했다. “세계 무대에서도 대체불가 대한민국을 보여줬다”, “국익 중심 실용외교의 교과서” 등 연일 앞장서 이 대통령 띄우기에 나선 것.하지만 정 대표는 전당대회 불출마 요구에 대해선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정 대표는 16일 8·17 전당대회 개최를 위해 당헌을 개정하며 “당원의 힘으로 지역에서부터 중앙까지 지도부를 구성해 다시 뛸 것”이라고 말했다. 19일에는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는 너무나 당연하다”며 그간 제한적 허용에 무게를 실어 온 이 대통령과 다른 목소리를 냈다.
친명(친이재명)의 반응은 차디찼다. 계파색이 옅은 박지원 의원도 “정 대표는 죽어도 (전당대회에) 나갈 것 같다. 정 대표가 나오면 국민과 당원이 심판하면 되는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8월 17일 집권여당의 새 대표가 누구로 결정되든 반쪽짜리밖에 될 수 없다. 갈등의 골이 깊어질수록 전당대회 후 국정 운영 동력은 깎여 나갈 것이다. 정부가 미는 정책이라도 당이 입법으로 받쳐 주지 않으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받게 된다. 정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이재명 정부가 집권 2년 차에 ‘레임덕’을 걱정해야 할 수도 있다는 호들갑 섞인 우려도 있다.집권 2년 차에 벌어지는 당청 갈등의 본질은 2028년 총선 공천권을 넘어 2030년 대선 주자에 대한 지분을 두고 벌어지는 진영 간 싸움이다. 의원들 사이에서 “이번에 지는 쪽이 2028년 총선 때 무조건 ‘하위 20%’”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에 진 쪽이 다음 총선에서 컷오프 대상인 하위 20%로 지목돼 ‘공천 학살’을 당할 거란 취지다.목숨줄 걸고 싸우는 어른들 싸움은 못 말린다. 말린다고 말려지지도 않을 것이다. 친명이든 친청이든 싸울 거면 누가 더 국민을 위할 수 있는가를 놓고 실력으로 싸우라. 누구든 국민 앞에 성과를 보여주면 저절로 이길 것이고 정당성도 커질 것이다. 그게 집권세력의 자세다.
조동주 정치부 기자 dj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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