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진영도 마찬가지다. 일찌감치 단일 후보를 정했는데 한 후보가 여론조사 방식에 동의한 적이 없다며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했고, 또 다른 후보는 별도로 단일화를 추진하더니 독자 출마했다. 결국 서울시교육감 후보는 8명으로 16개 시도 중 가장 많다. 다른 지역도 고소와 고발, 비방이 난무하고 있다. 교육은 중립적이어야 한다면서도 보수와 진보로 나눠 단일화하는 것도 우습지만 그게 승패를 가르는 핵심이라 매번 반복된다. 교육 중립성을 위해 정당도, 기호도 없이 오직 이름만으로 뽑는 교육감 선거의 실태다.
정작 중요한 정책 공약은 실종됐다. 동아일보는 전국 16개 시도 교육감 후보 58명의 공약 2069개를 강우창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연구팀과 인공지능(AI)으로 분석했다. 후보 대부분은 기초학력과 교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원센터를 만들겠다고 했고, AI 교육을 위해선 무상 스마트기기 또는 계정 보급을 공약했다. 학생에게 적게는 10만 원에서 많게는 120만 원의 펀드나 지역화폐를 주거나, 자산 5000만 원을 마련해 주겠다고 약속한 후보도 있었다.
무엇보다 상당수 후보가 학생과 교원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는다는 게 느껴졌다. 공약 자료를 받기 위해 각 후보 캠프에 여러 차례 전화했는데도 “단일화에 신경 쓰느라 자료를 못 만들었다”, “자료집이 없다”는 경우가 많았다. 2022년 교육감 선거 당시와 토씨 하나 다르지 않고 같은 공약을 내건 후보도 있었다.많은 유권자들은 교육감 후보의 이름조차 제대로 모르고 투표한다. 하지만 교육감은 ‘교육 소통령’이라고 불릴 정도로 엄청난 권력자다. 시도 교육감 16명은 올해 예산 76조 원을 집행하고 교직원 61만여 명의 인사와 학생 553만8243명에 대한 교육 방향을 결정한다. 한 교육계 인사는 “교육감이 대학 총장이나 장관보다 더 매력적인 건 직접 교원 인사권을 발휘하고 예산을 집행하며 학생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며 “어디를 가도 ‘감님’이라고 떠받드는데 누가 마다하겠느냐”고 했다.
후보들에게 묻고 싶다. 단일화 방식을 놓고 치열하게 싸우는 동안 후보들끼리 교육 현안에 대해 논의 한번 해봤는지 말이다. 현재 특정 학년과 과목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역대 가장 높고, 학업을 중단한 고교생은 5년 새 가장 많으며 학교 폭력 피해 경험률도 역대 최고다. 공교육은 교권 침해와 악성 민원으로 현장체험학습도 제대로 못 하고 쪼그라들고 있는데 1인당 사교육비는 사상 최고다.
이런 상황에 대한 고민 없이 싸움만 반복하는 교육감 선거라면 세금 낭비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2022년 교육감 선거에서 후보들이 쓴 비용이 660억 원이 넘는다. 이런 선거는 정말 바꿔야 한다.최예나 정책사회부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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