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하정민]드론의 신 vs 백전노장… 우크라이나軍 분열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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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민 국제부 차장 “기술로 이기던 전쟁을 정치로 잃을 수 있다.” 최근 영국 군사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가 우크라이나 군 수뇌부의 갈등 양상을 두고 내린 진단이다. 드론전을 강조하는 미하일로 페도로우 전 국방장관(35)과 지상전을 중시하는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전 총사령관(61)의 대립이 우크라이나군 전체의 전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올 1월 취임했다 약 반년 만에 경질된 페도로우 전 장관은 전통적인 군 경력이 전무한 마케팅 전문가 출신이다. 그는 국력과 군사력에서 열세인 우크라이나가 이기려면 드론 활용을 늘려야 한다고 봤다. 이에 장거리 드론으로 러시아의 에너지 시설을 집중 타격해 러시아의 연료 대란을 촉발시켰다. 2022년 2월 전쟁 발발 후 내내 수세에 몰렸던 전황을 뒤집었다는 평가를 받으며 ‘드론의 신’ ‘국민 영웅’으로 불렸다. 그 대척점에 시르스키 전 총사령관이 있다. 옛 소련의 포병 장교 출신으로 러시아의 침공 초기 수도 키이우 방어, 제2 도시 하르키우에서의 반격 등을 이끈 백전노장이다. 다만 공(功)만큼 과(過)도 크다는 평가다. 그는 핵심 격전지였던 우크라이나 동부 바흐무트를 두고 2022년 7월부터 2023년 5월까지 러시아와 백병전을 펼쳤지만 패했다. 그 과정에서 인명 피해가 상당했고 이후에도 비슷한 전략을 고수해 일부 병사는 그를 ‘(아군) 도살자’로 부른다. 시르스키 전 총사령관은 페도로우 전 장관이 군의 핵심 인력을 기술 관련 부대에 집중시키고, 군 비리 척결 등을 요구하자 거세게 반발했다. 급기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자신과 페도로우 전 장관 중 한 명만 선택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시 상황에서 군 최고지휘관 교체가 초래할 혼란을 고려해 페도로우 전 장관을 15일 경질했다. 그러자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페도로우 전 장관의 복귀를 촉구하는 항의 시위가 빗발쳤다. 민심 악화에 놀란 젤렌스키 대통령은 21일 시르스키 전 총사령관도 해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3일 페도로우 전 장관에게 군사혁신 담당 부총리직을 제안했지만 “장관 복직 외에는 관심 없다”는 답을 들어야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024년 5월 5년 임기가 끝났음에도 전쟁을 이유로 대선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이 때문에 페도로우 전 장관을 지지하는 반정부 시위대는 이제 젤렌스키 대통령의 거취까지 문제 삼는 등 사태의 파장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이런 대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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