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은 그 근거로 계엄에 핵심적 역할을 한 군 수뇌부가 2023년 10∼11월 해당 보직에 임명됐고 이는 윤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김 전 장관이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과 사전에 논의한 그대로였음을 들었다. 실제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은 계엄사령관을 맡았고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은 국회와 선관위에 대한 무장 병력 투입, 정치인 체포 시도 등을 지휘했다.
윤 전 대통령은 이들을 임명한 지 4개월 뒤인 지난해 3월부터 계엄 직전까지 한 달에 한 번꼴로 이들을 삼청동 안가로 비밀리에 불렀다. 이 자리에서 “총으로 쏴 죽이겠다”는 표현까지 쓰며 비판 세력을 조치하려면 비상대권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군이 나서야 한다는 주장을 반복했다고 특검은 파악했다. 그사이 여 전 사령관은 여야 정치인은 물론 법관까지 포함된 체포 명단을 작성했고, 노 전 사령관은 정보사에 사격·폭파에 능한 특수요원을 선발하라고 요구하며 계엄을 위한 인력 차출을 시작했다. 계엄은 비판자들을 정적으로 몰아 없애려는 구실이었고, 군은 이를 위한 도구나 다름없었던 셈이다.
윤 전 대통령은 계엄을 선포하면서 국회 예산 차단, 국회를 대체하는 국가비상입법기구 편성, 5개 언론사 단전 단수, 더불어민주당사 봉쇄 등을 지시했다. 국회와 언론을 장악하려는 의도가 없었다면 거론할 필요조차 없는 것들이었다. 노 전 사령관의 수첩엔 ‘차기 대선에 대비해 모든 좌파 세력 붕괴’, 대통령 연임 또는 3선을 위한 헌법 개정 등 계엄으로 국회 기능을 무력화시킨 뒤 진행할 조치로 보이는 내용들이 다수 포함된 것도 확인됐다.이는 계엄이 야권 일각의 주장처럼 ‘6시간짜리 해프닝’이 결코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 윤 전 대통령은 집권 초부터 계엄으로 불리한 국면을 일거에 뒤집으려는 생각에 사로잡혔고 그것은 혼자만의 망상을 넘어 군을 동원하기 위한 인사, 그 인사로 진용을 갖춘 계엄 수뇌부에 대한 각종 지시 등으로 구체화됐다. 특검은 김건희 여사 관련 리스크도 계엄의 동기 중 하나라고 봤는데, 추가적인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우리 역사에 이런 시대착오적 권력자가 두 번 다시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엄정한 사법적 단죄야말로 그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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