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제질서 재편 향배와 다자주의 회복 가능성 주목
(서울=연합뉴스) 한승호 선임기자 =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경제를 재건하고 무역을 촉진하기 위해 1947년 체결된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은 국제 무역 질서를 규율해오고 있다.
그러나 '1947년 GATT체제'는 강제성이나 구속력을 갖게 할 국제기구가 없어 상호 합의를 통해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한계가 있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1986년 열린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에서 국제무역기구를 만들기로 의견을 모았고,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가 출범해 지금까지 'WTO 체제'가 이어지고 있다.
이것이 지난 30년 동안 세계가 '더 잘 살기 위해 가야할 길'로 믿고 세계화와 자유무역을 위해 달려온 약사다. 한국은 지난 10월 말레이시아와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타결해 27번째 FTA를 성사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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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최고경영자 서밋(APEC CEO SUMMIT)'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2025.10.29 [공동취재] saba@yna.co.kr
이런 와중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등장이 커다란 변곡점이 됐다.
2017년 출범한 트럼프 1기 행정부는 자의적인 관세 부과 정책을 추진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WTO 탈퇴'와 같은 강경 발언을 하면서 WTO 체제를 흔들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올해 미국 우선주의와 상호주의를 통해 관세전쟁의 포성을 울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한 불균형 해소와 미국 첨단 제조 산업 육성을 명분으로 WTO 중심의 다자주의가 아닌 양자 협상을 통해 국가별로 관세를 매기고 있다. '트럼프 라운드' 시대가 열린 것이다.
미국의 무역 정책을 총괄하는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USTR)는 지난 8월 뉴욕타임스(NYT) 기고에서 2차 세계대전 이후 형성된 국제 무역질서가 미국에만 불리하게 작용해 개혁이 필요하다면서 "이제는 트럼프 라운드"라고 공언했다.
이처럼 새로운 국제 질서로 급부상한 트럼프 라운드는 글로벌 무역 자유화의 후퇴와 WTO 체제의 유명무실화라는 현실로 다가왔다.
미중 패권 경쟁이 가속되는 상황에서 경제통상을 넘어선 경제안보 차원의 문제들도 더 긴박하게 떠올랐다. 미국이 안보전략 차원의 기술 통제와 공급망 재편성에 나서자 중국도 발빠르게 대미 전선을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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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0일 부산 김해공군기지 의전실 나래마루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마친 뒤 회담장을 나서며 대화하고 있다. 2025.10.30 handbrother@yna.co.kr
김경숙 국가안보전략연구원(INSS) 책임연구위원은 'INSS 전략보고'에서 "트럼프 라운드의 핵심은 단순히 관세율을 높이는데 그치지 않고 무역정책을 경제·안보·산업 정책과 연계해 미국 제조업·공급망·경제안보를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은 최근 동맹국인 미국과 긴밀하고도 치열한 협상을 벌여왔다. 한미간 관세협상은 타결됐지만 한미 원자력 협상이나 전시작전권 문제 등은 남아있다. 경제통상과 안보문제가 서로 얽힌 고차방정식을 풀어나가야 한다.
이와 함께 자유무역 트렌드를 바꿔놓은 트럼프 라운드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어떤 변수가 있을지도 주시할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를 고리로 한 국제질서 재편 행보는 미국 내 여론, 경제 상황, 대법원의 판결, 중간 선거와 같은 다양한 변수에 의해 좌우될 전망이다.
연말 미국 대법원 관세 소송에서 패할 경우 상호관세는 무효로 돌아간다. 미국 대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무역 적자를 '비상사태'로 규정하고 국제비상경제권한법에 근거해 각국에 관세를 부과한 것이 적법한지를 심리 중이다.
미국과 맞서고 있는 중국과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미국의 일방적인 통상협상에 대응하면서 다자주의를 회복시키기 위한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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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불확실한 국제 환경을 헤쳐나가야 하는 것은 한국만 직면한 일이 아니다.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가들과 다각적인 협력을 바탕으로 그동안 가본 길은 물론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까지 찾아 나서야 할 판이다.
hsh@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12월09일 08시08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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