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무료배달의 역설

2 hours ago 1
이희찬 세종대 명예교수이희찬 세종대 명예교수

2024년부터 본격화한 배달 플랫폼 시장의 '무료 배달' 무한 경쟁이 임계점에 다다르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배달비 0원'은 고물가 시대에 가뭄의 단비 같은 혜택으로 다가오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우리 배달 생태계의 건강성은 도전에 직면했다. '무료'라는 화려한 포장지 뒤에서 비용의 전가와 시장 가격 신호의 왜곡이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학의 고전적 격언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는 배달 시장에도 적용된다. 배달은 라이더의 노동력, 이동 수단의 연료비, 복잡한 물류 알고리즘을 유지하기 위한 인프라 비용이 실시간으로 투입되는 명백한 유료 서비스다. 그러나 '무료 배달' 모델의 확산은 서비스의 진짜 가격표를 대중의 시야에서 가려버렸다.

'가격'은 자원의 희소성과 서비스의 가치를 나타내는 가장 명확한 신호다. 소비자가 배달비를 직접 낼 때는 거리와 시간에 따른 서비스의 가치를 직관적으로 판단하고 소비 여부를 결정한다. 하지만 배달이 멤버십의 부가 서비스나 마케팅 도구로 전락하면서, 소비자는 자신이 누리는 편익에 대한 실제 비용을 가늠할 수 없게 됐다. 이러한 가격 신호의 왜곡은 서비스 노동에 대한 가치 인식을 희미하게 만들고, 시장 구성원 간의 불신을 키우는 근본 원인이 된다.

문제는 사라진 것처럼 보이는 배달 비용이 실제로는 시장 어딘가에 교묘히 숨어 있다는 점이다. 플랫폼은 무료 배달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이는 자연스럽게 입점 업체에 대한 수수료 체계 변화나 광고비 부담으로 전가될 개연성이 높다. 수익 구조가 악화한 자영업자들은 생존을 위한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메뉴 가격을 올리거나, 배달 전용 메뉴 가격을 매장 가격보다 높게 책정하는 '이중 가격제' 확산은 그 결과다.

이는 전형적인 '풍선효과' 양상을 띤다. 배달비라는 항목을 억지로 누르자 외식 물가 자체가 들썩이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는 배달비를 내지 않는다고 체감하지만, 실제로는 인상된 음식 가격이나 낮아진 서비스 품질로 그 비용을 나눠 지불하고 있는 셈이다. 배달 서비스 비용이 '0원'으로 인식되는 분위기 속에서 배달 노동의 가치도 저평가되기 쉽다.

우리는 시장 경제 대원칙인 '수혜자 부담 원칙'을 다시금 상기해야 한다. 서비스를 통해 편익을 얻는 주체가 그에 합당한 대가를 지불할 때 시장은 비로소 투명하게 작동한다. 하지만 특정 서비스를 이용하는 비용을 자영업자와 플랫폼, 심지어는 배달을 이용하지 않는 일반 매장 방문 고객까지 분담하게 만드는 불합리한 구조가 고착화하고 있다. '수혜의 불균형'은 시장 참여자들 사이 갈등을 심화시키고 전체적인 시장의 효율성을 저해하는 걸림돌이 된다.

지금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료'라는 구호 아래 가려진 비용 구조를 투명하게 공론화해야 한다. 플랫폼과 자영업자, 라이더, 그리고 소비자라는 사각 관계가 각자의 역할을 인정하고 정당한 대가를 지불·수취하는 선순환 구조를 복원하는 것이 급선무다.

이제 '공짜'라는 달콤한 수사 뒤에 숨겨진 구조적 한계를 직시해야 한다. 무료 배달은 일시적인 마케팅 수단이 될 수는 있지만, 시장의 영구적인 질서가 되기에는 그 기반이 너무나 취약하다. 우리가 누리는 편리함이 타인의 희생이나 미래의 부담으로 축적되고 있다면 그것을 혁신이라 부를 수 없다.

소비자도 '합당한 서비스에는 합당한 대가가 따른다'는 사실을 기반으로 투명한 가격 체계 아래서 권리를 주장하는 성숙한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 지금의 갈등을 건강한 생태계 조성을 위한 진통으로 삼아, 구성원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배달 모델을 정립해야 할 시점이다. 편리함 뒤에 숨겨진 가치를 정직하게 대면할 때, 비로소 우리 배달 산업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이희찬 세종대 명예교수 leeheech@sejong.ac.kr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