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질주하는 산업, 멈춰선 교사 양성…대만은 기업이 먼저 나섰다

1 week ago 16

현수 직업교육정책연구소 소장 교직생활과 퇴직 후 직업교육정책연구소를 운영하면서 본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 현장에서는 늘 이런 식이었다. 산업이 먼저 학과 이름을 내걸면 교사는 그다음에 만들어져야 했다. 기술이 언제 뜨고 질 것인지 그것까지는 학교가 먼저 점칠 수 없다고 치자. 그런데 정작 문제는 그보다 훨씬 예측 가능한 지점에서 생긴다. 마이스터고나 협약형 특성화고로 지정받으려면 학교는 몇 해 전부터 학과 재구조화 계획을, 어떤 산업 분야로 갈지까지 정해서 신청서를 낸다. 심사와 지정까지 걸리는 시간만도 짧지 않다. 다시 말해 '이 학교가 반도체를 가르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은 산업의 급변과 달리 이미 몇 년 전부터 서류상으로 예고된 정보다. 그럼에도 그 신청서가 접수되는 순간부터 교사를 어떻게 확보할지는 교육청도 교육부도 아닌 그 학교와 그 교사 개인의 몫으로 넘겨진다. 새 설비가 들어오고 현수막이 걸리는 날에야 교무실에서 '이 과목을 누가 가르치느냐'는 질문이 처음 나오는 그것도 이 때문이다. 예측할 수 있었던 수요를, 예측할 수 있는 시점에, 제도가 아니라 개별 학교와 교사가 떠안는 구조. 이것이 우리 교육정책의 고질병이다. 문제가 곪아 터진 뒤에야 처방을 내놓는 사후약방문. 백 년은커녕, 이미 신청서에 적혀 있는 몇 년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습관이다. 그 오래된 습관을 다시 확인시켜 준 것이 최근 이병욱 충남대 교수의 글이었다. '반도체를, 로봇을, AI를 가르칠 교사가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지적이다. 마지막으로 새 표시과목이 생긴 것이 2000년, 사반세기 26년이 지나서야 겨우 '간호'가 신설됐다. 다시 확인해 보니 간호과의 사정은 이보다 더 참담했다. 전국직업계고간호교육정상화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특성화고 간호과는 표시과목 논의 시작부터 따져 무려 30여 년간 자격 없는 교사 구조를 견뎌야 했고 그 세월 동안 수업의 절반 이상을 기간제 교사와 강사가 떠맡았다. 올해 부산전자공고와 용인반도체마이스터고(가칭)가 반도체 마이스터고로 새로 지정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같은 걱정이 앞섰다. 학교 간판은 바뀌었는데 그 교실에 설 반도체 표시과목 교사는 이번에도 여전히 존재하지 않는다. 이름만 바뀐 채 가르칠 사람 없는 그 공백은 고스란히 되풀이된다. 그런데 이번에는 조금 다른 사례가 눈에 들어왔다. 대만이다. 대만 정부가 2022년부터 반도체·AI 등 첨단 분야 인재 양성에 나서자 TSMC는 정부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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