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덕 칼럼]황당 X에 잡힌 李, 대통령 주변이 단단히 고장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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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 1시간=5200만 시간’이라는 대통령
친북 가짜뉴스 수두룩한 @Jvnior계정 공유
당정청엔 “NO” 할 사람 없이 아부꾼뿐
야당 지리멸렬해도 국민은 지켜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규제합리화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규제합리화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공직자의 시간’을 각별히, 수시로 강조하는 공직자가 이재명 대통령이다. 작년 7월 취임 30일 기자회견에서 이 대통령은 “1초를 천금같이 여기고 대통령의 한 시간, 국가 공무원의 한 시간은 5200만 시간의 가치가 있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엄숙히 말했다.

작년 말 업무보고 때도, 올 초 청와대 시무식 때도 이 대통령은 ‘공직자의 1시간=5200만 시간’임을 빼놓지 않았다. “공직자의 태도, 역량, 충실함에 나라의 운명이 달려 있다”며 “눈뜨면 출근, 잠들면 퇴근” “공직자가 휴일이 어디 있나. 24시간 일하는 것”이라고 했다. 중동발 국제 정세와 관련한 9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선 “(회의장에) 오면서 생각해보니 일할 시간이 4년 1개월밖에 안 남았다”면서 국정 속도를 두 배로 올리고 각 부처에도 밤새워 일하도록 독려해 달라고까지 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듣기만 해도 든든해지는 말씀이다. 이 대통령이 바로 다음 날 오전 8시 47분 X(옛 트위터)에다 이스라엘 방위군(IDF)이 팔레스타인 아이를 고문한 뒤 건물 옥상에서 떨어뜨리는 ‘실시간 동영상’을 공유한 걸 알기 전까진 말이다.

그 이후 벌어진 이스라엘과의 외교 마찰 등은 이 글의 논점이 아니다. 내가 궁금한 것은 공직자의 시간을 그토록 중시하는 이 대통령이 대체 왜 @Jvnior라는 생소한 계정을 팔로하면서, 정확하지도 않은 내용을 하필 바쁜 출근 시간대에 공유해 전 국민이 보도록 했느냐는 점이다.

중요한 뉴스일수록 보도 매체가 어디인지는 중요하다. 9일도, 그 전 국무회의에서도 “가짜뉴스를 의도적으로 퍼뜨리는 건 반란행위”라고 무서운 언사로 지적했던 이 대통령이기에 더욱 그렇다. “사실인지 알아봐야겠다”고 전제하긴 했지만 이 대통령이 공유한 ‘실시간 동영상’은 CNN 같은 매체도, 믿을 만한 인물의 계정도 아니라는 점에서 책임 있는 처사로 보기 어렵다.

이스라엘 외교부가 “이 계정은 반이스라엘 허위정보와 거짓을 유포하는 것으로 악명 높다”고 밝히지 않더라도 ‘당당한 무슬림 팔레스타인’이란 @Jvnior 간판을 조금만 내려보면 안다. 하루 30건 이상 쏟아내는 내용이 거의 쓰레기라는 점을.

친북 가짜뉴스도 수두룩하다. ‘북한은 “이스라엘을 핵으로 공격할 것”이라고 말했다.’ ‘네타냐후는 “북한은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이란은 문제’라고 말했다.’ ‘북한은/러시아는/아랍은 아이들을 강간하지 않는다. 그러나 IDF는 한다’ 따위를 보다 보니 공직자 아닌 내 시간까지 아까울 정도다. 혹시 누군가 이 대통령에게 @Jvnior의 동영상을 보내준 건 아닌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필리핀 순방 중인 3월 초 아침 일찍 X에 인터넷언론의 단독 기사(김성태 “이재명에게 돈 안 줘… 검찰 장난 쳐”)를 공유하며 “증거 조작은 강도나 납치 살인보다 나쁜 짓”이라고 쓴 전력이 있다. 이 대통령의 X 계정을 보니 @Jvnior는 물론, 뜻밖에도 대통령직과 썩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외국 계정들도 상당수 팔로하고 있다.

이 대통령 못지않게 인터넷에 몰두했던 대통령이 과거 존재했다. 취임할 때 ‘세계 최초의 인터넷 대통령 로그온하다’(영국 가디언지)라고 보도되면서 해외 정상회담 중에도 인터넷 댓글을 달았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박지원 의원이 고인 살아생전 “대통령은 밤 10시 이후가 중요한데 DJ는 신문과 각종 보고서를 탐독했다”며 “노 대통령은 인터넷을 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쓴소리했을 정도다.

그래도 노 전 대통령은 쓴소리에 귀를 기울여 인터넷 댓글을 그만두었다. 지금 대통령 주변에는 “안 됩니다” 쓴소리를 할 사람이 과연 있는지, 단단히 고장 났다는 느낌이다.

이 대통령이 시신을 아이라고 주장한 황당 X 계정을 공유하고 외교 마찰이 벌어졌으면, 거기서 멈췄어야 했다. 그러나 대통령은 12일 “사욕을 위해 국익을 훼손하는 자들을 매국노라 부른다”는 무서운 글을 X에 올렸다. 일제강점기도 아닌 지금, 매국노란 말은 처음 듣는다. 이 대통령을 비판하거나 옳지 않다고 하면, 나라를 팔아먹는 매국노가 된다니 섬뜩하다.

2018년 6월 지방선거 압승 뒤 문재인 당시 대통령은 등골이 서늘해지는 두려움을 느낀다며 “지지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기대는 실망으로 바뀔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6월 선거 압승을 자신하는 현 정부는 이 대통령이 어떤 실수를 해도 정치천재-외교천재라며 아부하기 바쁠 뿐이다.

야당이 지리멸렬하다고 해서 국민까지 지리멸렬한 것은 아니다. 지켜보고 있음을 알아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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