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선우 의원 측에 2022년 지방선거 무렵 1억원을 줬다는 김경 서울시의원은 이미 한국을 떠났고, 경찰은 그것도 몰랐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김경과 관련해 강선우로부터 “살려달라” 애원을 들었던 김병기 의원은 유튜브 채널에 신부님 같은 차림으로 나와 결백을 주장했다.
원내대표에선 물러났지만 갈수록 태산인 김병기 의혹을 보면 ‘강선우 묵인 의혹’은 사소할 정도다. 그럼에도 “제명당하는 한이 있어도 탈당은 안 한다”고 버티는 김병기 파워는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
● ‘강선우 의혹’ 알고도 장관 지명 감쌌나
녹취에서 김병기는 1억원 수수를 언급하는 강선우에게 “안 들은 걸로 하겠다”며 “내가 어떠한 행동을 취하더라도 묵인하는 거 아니겠냐”고 했다. 실제로 공천관리위 간사였던 김병기는 김경 공천 최종결정 회의에 불참함으로써 묵인을 실천했다.
이런 강선우가 새 정부 여성가족부 장관으로 적격일 리 없다. 강선우의 과거를 아는 김병기가 그의 ‘미래’까지 엄호한 데는 정치적 계산 없이는 불가능하다. 보좌관에게 비데 수리를 요구했다는 보도에도 김병기는 “보좌진이 이상하다고 볼 수도 있는 거 아니냐”며 적반하장이었다. 우상호 정무수석이 강선우 임명 결정에 대해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친 것은 여당 지도부의 의견”이라고 김병기 역할을 인정했을 정도다. ● 야당 때도 비리 의혹 일으킨 ‘간 큰 가족’
김병기의 부인이 민주당 소속 동작구의회 부의장의 법인카드를 썼다는 의혹도 2022년 7월~9월 벌어졌다. 이재명 대통령의 부인 김혜경 여사가 경기도청 공무원을 동원해 법인카드로 샌드위치 소고기 등을 사오게 했다는 물의에 공개 사과한 것이 2022년 2월 대선 직전이었다. 그러고도 김병기 부인이 태연히 남의 법카를 썼다면, 여왕의 배포가 아닐 수 없다.
2023년 초 김병기 차남의 대학 편입을 위해 김병기의 보좌관이 국회 의정자료유통시스템을 사적 이용해 정보를 수집한 의혹도 불거졌다. 그들 일가의 의전 특혜 의혹 역시 2023년 야당 때였다. 의원들이 ‘정권은 놓쳐도 금배지는 못 놓겠다’는 이유를 이제야 알겠다. 야당이 이럴 정도면 여당 권세는 오죽하겠나.
● 김현지 이름 거론하면 몰염치하다고?
민주당은 5일 “김현지 보좌관이 이수진 전 의원의 투서(실은 이수진이 보좌관을 통해 보냈다는 전직 구의원들의 탄원서)를 당에 전달했다”고 확인했다. 선거사무 시스템과 절차에 따른 조치라는 거다.
민주당 브리핑은 김병기 사건 자체보다 김현지 보위용 내용으로 그득했다.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국민의힘이 이수진의 말을 빌어 김현지 부속실장을 끌어들이고 있다”며 “김현지 부속실장의 이름을 거론하는 것은 몰염치한 정치공세일 뿐”이라는 거다. 충격을 넘어 경악스럽다. “저질 정치공세로 일관하며 대통령의 리더십을 훼손하려는 특정 야당과 이에 편승하는 일부 언론의 맹성을 촉구한다”고도 밝혔다. 김현지와 대통령이 동격이라는 소리처럼 들린다.
● 보고 없이 넘겼다면, 김현지는 실세다
누구 말이 맞든 김현지 위상은 달라지지 않았다. 당시 당 대표실 관계자는 “당 대표(이재명 대통령)에겐 일일이 보고하는 시스템이 아니었다”고 밝혔지만 무슨 내용인지 검토 없이 전달만 하는 보좌관이라면, 김현지를 바보로 알고 있으란 소리다.
보고 없이 넘겼다 해도, 김현지는 이미 실세다. 대변인은 “보좌관이 투서를 당에 전달하는 것 말고 무엇을 더 하나? 당무를 개입하기라도 해야 한다는 말이냐”며 쌍지팡이를 짚고 나섰다. 그러나 이수진에 따르면 김현지는 윤리감찰단으로 넘겼다는 거다. 그렇다면 당무 개입이자 당 대표 뺨치는 결정이 아닐 수 없다.
● 김병기 사건, 누가 왜 덮었느냐가 중요

이수진 주장대로 이 대통령이 당시 보고받았다면, 김병기의 약점을 움켜쥐고 ‘이재명의 블랙’으로 이용해 총선 공천 때 차도살인(借刀殺人·칼을 빌려 적을 침)을 자행한 악마의 용인술로 볼 수 있다. 강선우의 과거를 알고도 장관 청문회 때 싸고돌던 김병기나, 이혜훈의 ‘윤 어게인’ 과거를 알고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해 적진을 교란시키고 충성을 유도하는 대통령이나 닮은꼴이다.
그 권세를 믿고 김병기는 하늘을 쓰고 도리질했는가. 작년에 고발된 김병기 부인의 구의원 법카 사적 유용혐의도 어찌저찌해서 무혐의 처리됐다. 당에 접수됐다는 김병기 관련 탄원서는 수백 건의 탄원 민원과 함께 통째 기록이 사라졌다고 한다. 원내대표 선거 때 김병기는 “비공식적 물밑 대화도 능수능란하게 처리해야 한다”며 26년의 국정원 근무 이력을 자랑했다. 그래서인가. 김병기 근처만 가면 의혹들이 녹아버린 이유가?
● 김현지 보호하려다 ‘김건희 특검’ 꼴 날 수도

특검은 그래서 필요하다. 국힘이 7일 김병기 강선우 관련 특검법안을 국회 의안과에 내면서 ‘이재명 당시 당 대표 및 김현지 보좌관이 관련 탄원서를 은폐했다는 의혹’까지 포함시켰다. 안타깝게도 국힘이 지금같은 깜량과 전투력으로 특검을 받아낼 것 같지가 않다. 소속 의원 전부 단식투쟁에 들어가고, 나중에 절반은 병원에 실려가고, 그리하여 “이놈의 정권이 뭘 감추고 있단 말이냐”며 여론이 들끓는다면 또 모른다.
그러나 집권세력은 알아두기 바란다. 이번엔 김병기 특검을 뭉갤 수 있다 해도 지방선거가 다가올수록, 정권 끝이 다가올수록 권력이 개입된 김병기 의혹은 덮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실세 보호를 위해 김병기 특검을 안 받다가는 ‘김현지 특검’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을. 그때도 김현지 특검을 극구 안 받다간 ‘김건희 특검’ 막으려다 결국 자폭한 윤석열 정권처럼 될 수도 있다는 것도.

김순덕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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