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진 대표 "말과 생각 근육 균형있게 키워야 말솜씨도 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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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진 대표 "말과 생각 근육 균형있게 키워야 말솜씨도 늘죠"

잘나가던 여성 앵커가 커리어의 정점이던 2021년 사표를 냈다. 계기는 부친의 사고였다. 병원 중환자실의 제한된 면회시간 외에 딸의 목소리를 언제든 듣게 하고자 자신의 목소리를 녹음했다. 그렇게 180일 만에 부친이 기적적으로 완치됐다. 목소리의 힘을 실감했다. 아버지가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섰던 경험을 계기로 좀 더 가슴 뛰는 일을 하기로 했다. 안정된 직장을 뒤로 하고 자청해서 ‘n잡러’가 됐다.

방송인 출신 김여진 히어커뮤니케이션즈 대표(44·사진)는 최근 신간 <어른을 위한 말 공부>를 펴냈다. 그는 지난 28일 “말 근육과 생각 근육이 균형 있게 자랄 수 있는 성인 교육을 해보고 싶었다”며 “단순히 목소리가 크고 전달력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 사람 간 관계를 잘 다지고 자기 생각을 분명하게 전달하는 말하기 참고서를 만들고 싶었다”고 소개했다.

김 대표는 방송인을 꿈꾸는 이들에게 롤모델이었다. 서울대 지리교육학과를 졸업하고 YTN에서 16년간 일했다. 명사들과 인터뷰하는 뉴스 속 코너 ‘초대석’과 해외 한인 소식을 알리는 ‘글로벌 코리안’ 진행을 맡아 이름을 알렸다.

그는 “혼자 카메라를 바라보는 일보다 사람들과 소통하며 손님을 빛내주는 일에 더 보람을 느꼈다”고 했다. 계획 없이 회사를 떠났지만 하고 싶은 일이 많아 버틸 수 있었다고. 20년간 방송으로 다져진 말하기 능력을 바탕으로 사회공헌 플랫폼 히어커뮤니케이션즈를 세웠다. 그가 석사과정을 거친 동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에서는 대우교수 자격으로 주 1회 학부생 강의를 하고 있다. 그는 기자에게 “밥 먹었어?” “회의합시다” 같은 문구를 발음해 보라고 했다. “보통 밥머거써, 헤이합시다 같이 ‘오’ ‘우’ 발음이 무너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영어유치원 등 조기 영어교육을 강조하면서 ‘ㄹ’ 받침과 영어의 ‘R’ 발음이 혼재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죠.”

김 대표의 신간에는 좋은 발음, 발성뿐 아니라 어떻게 생각 지도를 그려가며 좋은 내용을 심는지 방법론을 담았다. 말 근육과 생각 근육이 따로 있고 양쪽을 모두 발달시켜야 말을 잘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짧은 메시지와 영상에 익숙해져 직장 동료와도 대화를 잘 하지 못하는 현상도 지적했다.

어렵게 익힌 말솜씨는 어떻게 복습해야 할까. 그는 봉사활동이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그는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오디오북 낭독 봉사, 나들이 동행 등을 하고 있다. 사람 목소리가 주는 따뜻한 감성은 인공지능(AI)의 기계음이 따라오기 어려운 영역이라고. 지금은 히어커뮤니케이션즈의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한 직장인, 경력단절 여성, 은퇴자 등 100여 명이 목소리 나눔 봉사에 동참하고 있다.

이번 신간에서 얻을 인세 전액도 시각장애인 소리책 낭독 프로젝트에 기부할 예정이다.

“읽고 쓰는 것을 넘어 자기 생각을 분명하고 조리 있게 말하는 능력은 어느 조직에서나 리더의 핵심 역량이 될 겁니다. 할머니가 돼도 제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박종필/사진=임형택 기자 taek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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