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밑 평상부터 궁궐 마당까지… 한국에 흐르는 ‘열린 공간’의 멋[김대균의 건축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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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를 내부처럼, 韓 공간문화 《 한여름 강변에 돗자리를 깔고 쉬거나 나무 아래 평상에 모여 앉아 휴식을 취하는 모습은 우리에게 익숙하다. 더위에는 에어컨만 한 것도 없지만, 또 실내에 오래 머물다 보면 답답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야외에서 하루 정도 캠핑을 하면서도 마치 집을 옮겨 놓은 듯 온갖 장비를 갖춰 놓은 모습도 자주 볼 수 있다. 운동회, 야유회 등 야외에서 하는 행사도 적지 않다. 》 전통건축에서는 외부를 내부 공간처럼 쓰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김홍도의 ‘단원풍속도첩’에 실린 ‘주막’. 여행 중인 중년 부부가 벽과 문이 없는 간이주막에서 요기하는 풍경. 사진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김대균 건축사·착착건축사사무소 대표 전통건축에서 야외 마당은 단순한 외부공간이 아니라 제사를 지내거나 혼례를 치르는 행사의 공간이었다. 김홍도의 ‘단원풍속도첩’에 실린 ‘새참’에서도 야외에서 식사하는 풍경이 매우 자연스럽게 묘사돼 있다. 도첩 속 ‘주막’에서는 패랭이를 쓴 남자가 초가지붕 아래 벽과 문이 없는 공간에서 소반을 놓고 식사를 한다. 이처럼 조선시대 풍속화에는 식사나 행사가 내부보다 외부 공간에서 이뤄지는 모습이 압도적으로 많이 등장한다. 고구려 안악 3호분에 그려진 부엌의 모습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고구려 벽화에서는 소반과 비슷한 낮은 상에서 식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조선시대의 식사 풍경과 매우 유사하다. 이런 유물로 확인해 볼 때 ‘우리 민족에게는 외부 공간을 내부 공간처럼 사용하는 특별한 유전자가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고구려 안악 3호분 벽화에 그려진 부엌. 벽으로 완전히 막히지 않은 개방형 공간으로 묘사돼 있다. 사진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고구려와 백제는 부여국에서 갈라져 나온 국가다. 부여국은 농업을 영위했지만 대평원에서 자라는 말이 유명해 사람들 사이 기마 풍습이 널리 퍼져 있었다. 기마 생활문화의 주요 특징 중 하나는 외부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가야의 대성동 고분군(현 경남 김해시) 발굴 유물에서도 북방 기마민족의 유물이 대거 발굴됐다. 이처럼 한반도의 농업문화와 기마 풍습이 어우러져 역사적으로 외부 공간을 내부 공간처럼 쓰는 생활문화를 만들어냈다.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유물이 조선시대 의궤(儀軌)다. 의궤는 왕실의 혼례, 장례, 건축 등 주요 행사를 마친 뒤 준비부터 마무리까지 전 과정을 글과 그림으로 상세히 기록하는 종합보고서다. 1848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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