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손님에 대한 환대[정덕현의 그 영화 이 대사]〈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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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접받고 싶은 대로 남을 대접하라.” ―크리스토퍼 놀런 ‘오디세이’“대접받고 싶은 대로 남을 대접하라.”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영화 ‘오디세이’에는 여러 차례 ‘제우스의 법’이 언급된다. 이는 고대 그리스의 ‘크세니아(Xenia)’를 가리킨다. 크세니아는 낯선 손님과 주인이 서로 존중하고 보호해야 한다는 환대의 규범을 말한다. 신의 이름을 빌려, 주인은 나그네든 걸인이든 음식과 잠자리를 제공하고 안전을 보장해야 하고, 손님 역시 주인의 호의를 악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하나의 윤리적 규범으로 세운 것이다. 이 규범의 관점으로 보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트로이 목마’의 지략가 오디세우스는 결코 전쟁영웅으로 추앙받을 인물이 아니다. 그는 아테나 여신에게 바칠 제물이라는 거짓말로 목마를 이용해 잔혹한 살상과 약탈을 야기한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놀런 감독은 오디세우스의 이야기를 전쟁영웅의 귀환이 아닌, 제우스의 법을 깨고 참혹한 전쟁을 벌여 문명 붕괴의 첫 장을 연 것에 대해 형벌 같은 참회의 시간을 겪는 구도자의 여정으로 새롭게 그려낸다. 10년의 세월이 흐르고야 집으로 돌아온 오디세우스는 또 다른 트로이 목마 같은 위장술을 쓴다. 그 집에서 술과 음식을 대접받으며 권력을 노려 자신의 아내에게 구혼하던 자들 앞에 걸인 차림으로 들어선 것이다. 그들 역시 걸인과 다를 바 없지만, 그를 내쫓고 아들마저 죽이려 하자 오디세우스는 그들을 모두 도륙해 버린다. 앞선 트로이 목마의 경험이 환대를 악용했던 자신의 지략에 대해 오디세우스를 참회하고 성장하게 했다면, 걸인으로 위장해 돌아온 그는 이제 환대하지 않는 자들을 처단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종전할 것처럼 화해의 제스처를 보내다 다음 날이면 공격을 감행하는 현 시대에, 놀런 감독이 전하는 환대의 메시지가 서늘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좋아요 0개 슬퍼요 0개 화나요 0개 지금 뜨는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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