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예쁜 드라마였다."
배우 김민하가 '태풍상사'를 떠올리며 한 말이다.
김민하는 지난 30일 종영한 tvN 주말드라마 '태풍상사'에서 고졸 학력임에도 천재적인 능력을 발휘하는 태풍상사 직원 오미선 역을 맡았다. 집안의 장녀로 생계를 위해 고등학교 졸업장을 따기도 전에 취업했지만, 책임감과 알뜰함으로 가족은 물론 회사까지 이끄는 인물이다.
IMF를 배경으로 직원도, 돈도, 팔 것도 없는 무역회사의 사장이 돼 버린 강태풍(이준호 분)이 어엿한 대표가 될 수 있었던 것도 오미선의 도움 덕분이다. 마지막 방송까지 대학 졸업장 없이도 상사맨(영업사원)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오미선은 '태풍상사'의 인기를 이끈 핵심 인물로 꼽힌다.
방영 내내 1990년대를 세심하게 고증하며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태풍상사'는 최종회 시청률 전국 가구 평균 10.3%, 최고 11.4%, 수도권 가구 평균 10.7%, 최고 12.1%로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 지상파를 포함한 전 채널에서 동시간대 1위에 오르며 막을 내렸다. 김민하는 오미선 캐릭터를 위해 9kg을 감량한 사실을 전하며 "진심을 다한 작품"이라고 '태풍상사'에 대한 마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부모님은 어떻게 이 시대를 겪었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고, 그 시간을 지나온 모든 분들이 대단하다"고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다음은 김민하와 일문일답.
▲ '태풍상사'가 종영한다.
= 매 장면이 끝날 때마다 눈물이 났다. 너무 예뻤던 극이라서. 마지막 촬영에도 울컥했고. 다들 보고 싶어서 어떡하나. 실감이 안 난다 얘기했다. 1년을 '태풍상사'랑 보내다 보니 마지막 방영이라는 게 이상하기도 하고, 후회 없이 미련 없이 쏟아내서 작별 인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마지막 방송도 함께 보시기로 했다. 미선이는 대학엔 안 가지만, 고졸 신화를 이룬다. "난 이제 대학 안 가도 된다. 상사맨이다"라고 얘기를 한다.
▲ 초반부터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었다.
= 항상 작품을 할 때마다 흥행이라는 건 하늘의 뜻이라고 생각했다. 다만 진심을 다해 소중한 마음을 다해서 쏟아냈기 때문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사랑받아서 다행이고 감사한 마음뿐이었다. 이걸 보시는 분들이 본인의 과거나 어렸을 때를 추억하면서 얘기하는 걸 보는 게 뿌듯하더라. 재밌었다.
▲ 제작발표회 때는 극이 배경이되는 1990년대 후반 시기를 잘 모른다고 하셨는데, 부모님 반응은 어떻던가.
= 저는 그때 3살, 4살 정도였고. 다행히 저희 부모님은 타격이 크진 않았다고 하더라. 그럼에도 "부모님은 어떻게 이 시대를 겪었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하고,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하루하루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하나 막막했던 시기의 얘기를 들으면서 "지금의 위기는 무엇일까"라는 생각은 했던 것 같다. 부모님은 보시면서 "저런 거 어디서 구했냐" 하시면서 추억을 떠올리시더라. 금모으기 운동, 이런 얘기들도 하시고. 전 그런 게 좋더라. 이야기가 끊이질 않는 게. 부모님은 미선으로 보는 게 아니라 딸로 보는데, "언제 고생하냐"고 하면서 보셨다.
▲ 잘 모르던 시기인 만큼 작품을 준비하면서 어떤 공부를 했을까. 준비 과정이 궁금하다.
= 미선이는 화장기도 없이, 유행을 타지 않는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의상도 시대상을 반영하지만, 최대한 같은 옷으로 번갈아가면서 하고. 최대한 과하지 않게 하려고 했다. 또 현장에 가면 미술팀이 정말 잘 준비해주셨다. 박물관에서 가져온 것들도 있었다. 세팅하고 할 때 "조심해야 한다" 이러면서 찍었다.(웃음)
▲ 서울 사투리와 영어, 태국어까지 소화했다.
= 제가 옛날 자료를 찾아보는 걸 좋아한다. "중세 시대에 사람들은 어떻게 말했을까" 이러면서 호기심을 갖고 있고. 그리고 그 시기쯤 'SNL'에서 서울 사투리를 하는 게 유행이라 어렵진 않았는데, 과하지 않게 하는 게 과제였다. 자연스럽게 녹여내려고 많이 노력했다. 또 미선이의 영어는 테이프를 들으면서 계속 공부하는 친구니까. 그런 부분에 중점을 뒀다. 저 역시 제가 기억하는 한 계속 영어를 공부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도 많이 보고, 영어로 된 음악도 많이 듣고, 책도 보고. 제가 말에 대한 판타지와 호기심이 많이 있어서 언어에 대해 자연스럽게 계속 찾아보게 됐다. 태국어 연기는 그냥 냅다 외웠다.(웃음)
▲ '파칭코'도 그렇고 '태풍상사'까지 시대극에서 더 주목받는 모습이다. 또 김민하라는 배우를 통해 미의 기준도 바뀌는 분위기다.
= 저는 지독하게 현실적으로 그려내려고 마음먹었다. 주근깨나 이런 부분도 좋아해주시는 거 보면서 감사했다. 예전에 저도 "없애야 좋지 않겠냐"는 말도, "살을 빼라" 이런 말도 많이 듣고, "그렇게 안 하면 배우 못한다"는 말도 들었다. 그런데 10년이 지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해 주시는 게 감사하고, 모든 분들이 그러셨으면 좋겠다. 본인만의 예쁨과 매력이 존재하는 거니까. 또한 다양성에 대한 존중이 생겨나면 좋지 않을까도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 그런 말을 해준 사람들에게 복수가 되기도 하고.(웃음)
▲ 그래도 캐릭터를 위해 살을 빼야 한다고 한다면 뺄 의향이 있을까.
= 당연히 해야 한다. '태풍상사' 할 때도 9kg 정도 다이어트를 했다. 미선이 부유하지 않고, 고생도 많이 하고, 일만 하고,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인물이니 외적으로 살을 좀 빼는 게 적합하지 않겠냐는 말을 감독님과 나눴고, 저도 납득이 됐고, 그래서 대본을 받자마자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제 외형적인 모습보다는 날렵하고, 고생을 한 모습이어야 하지 않을까 해서. 술도 안 먹고, 운동도 안 하고, 커피도 안 마시고. 몸에 좋은 것만 먹으니까 확 빠졌다. "살 절대 안 빼" 이게 아니라, 배역에 맞춰 보이려 그런 거다. 예뻐 보이려는 게 아니라. 제가 싸우고 싶은 표현은 "배우가 왜 뚱뚱해", "왜 주근깨가 있어" 이런 건 정형화된 미에 맞추려 하는 거다. 그런 말을 듣는 걸 힘들어하는 것 같다. 각자의 매력이 있는 거고.
▲ 미선이와 김민하의 싱크로율은 어떨까.
= 제가 정말 일희일비 잘한다. 좋으면 좋고, 슬플 때 엉엉 울고. 그런 부분이 닮았다. 그런데 미선이는 저보다 대처 방안을 찾는 속도가 빠른 것 같다. 그리고 타고나길 다정하고 따뜻한 사람 같더라. 어떻게 하면 힘이 되는지 아는 사람처럼, 옆에 있어줄 줄 아는, 사계절을 다 봐줄 줄 아는 사람인 것 같아서. 제가 그 부분을 닮고 싶었다. 저도 성실하다고 생각하는데, 미선이는 너무 성실해서 정말 많이 배웠다. 원하는 게 있으면 경주마처럼 달리는데, 그래서 뜻대로 안 되면 자기 화를 이기지 못해서 가슴을 펑펑 치는 게 닮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미선이는 계산을 잘하는데, 저는 수포자였다.(웃음) 학교 다닐 때 수학 천재가 있었는데, 그 천재 친구를 모델로 많이 연기했다.
▲ '태풍상사' 직원들과 호흡은 어땠나.
= 사무실만 계속 찍어도 웃겼다. 그래서 모든 장면들이 자연스러웠다. 애드리브로 꽉꽉 채운 장면도 많고. 그리고 정말 신기한 게 다 다른데 결이 비슷했다. 같이 있으면 대기 시간에 양지 좋은 데 앉아서 계속 얘기하고, 서로에 대해 잘 아니까 편안한 시너지가 계속 나왔던 것 같다. 서로 감탄하고. 아이디어도 너무 많고. "정말 보고 싶을 거야"라는 말을 끊임없이 했다. 특히 이준호 배우님은 붙어 있는 장면이 많았는데, 의지도 많이 하고, 편했고, 좋았다.
▲ 16부작 TV 드라마는 처음이다.
= 현장에서 온정을 느끼며 10개월을 갈 수 있는 힘에 대해 배웠다. 그전엔 잘 모르던 기술적인 부분들도 잘 배웠다. 어떻게 극을 찬찬히 만들어가는지에 대해 배웠다. 나무보다는 숲을 보는 시야를 배웠다. 반응이 또 라이브로 오는데, 이걸 처음 겪으니까 심장이 쫄깃쫄깃하더라.(웃음)
▲ 10개월 간 촬영하면서 힘든 순간은 없었나.
= 태국에서 달리는 장면이 있는데, 제가 5초만 빠르고 그 다음부터는 느려진다. 그래도 편집의 힘으로 계속 빠르게 나와서 다행이다.(웃음) 솔직히 힘들었던 부분이 있었을 텐데, 지금은 생각이 안 난다. 좋았던 기억이 훨씬 많고, 웃었던 것들이 훨씬 많았다. 그걸로 기억과 추억을 만들었던 것 같다.
▲ 설경구의 이웃이라 '배우 일을 해보라'는 추천을 받았다고 한 사실이 알려졌는데. 이번에 연기를 보셨을까?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궁금하다.
= 그분 성향이 칭찬해주진 않는다. (송)윤아 언니가 칭찬을 많이 해주시고. 아저씨는 가끔 만날 때 툭툭 만지는 게 힘이고. 제가 칭찬을 바라지도 않고. 정말 오래된 사이니까.(웃음) 최근에 넷플릭스 오리지널 '굿뉴스' 시사회 후 소주를 마시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제가 소주를 좋아한다. 주량은 2병 정도다.
▲ 설경구는 아저씨고, 아내인 송윤아는 언니인가.
= 왜 그렇게 됐는지 모르겠는데, 그렇다.(웃음) 언젠가 두 분과 함께 연기하는 게 제가 소망 중 하나였다. 작년인가 제작년에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나게 된 거다. 너무 울컥하고, 쑥스럽기도 하고, "사진이나 한장 남기자" 했다. 정말 기분이 좋았다. 언젠가 만나면 큰 목표를 이룰 수 있게 되는 게 아닌가 싶다.
▲ 현실이 아닌 설정에서 연기하지만, 현실적인 연기를 한다. 아예 판타지적인 작품은 어떤가.
= 아예 팀 버튼 감독의 작품처럼 환상 넘치고 "또잉또잉"하는 그런 작품도 하고 싶다. 그런데 그런 기괴하고 과장된 걸 하면서도 "이런 사람이 어딘가에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도록 하는 연기를 할 것 같다. 연기를 잘하고 싶어서 많이 생각하고, 꿈꾸는 것도 기록하고, 많이 보고, 경험하려고 한다. 그런 식으로 계속 상상의 여정을 넓혀 나가려 한다. 하고 싶은 게 너무 많다.
▲ 그러면 촬영을 끝나고 뭘 할 계획일까.
= 혼자서 유럽 여행을 다녀왔다. 계속 걷고, 책도 많이 읽고, 눈 뜨자마자 와인 마시고. 돌아와서는 또 못 만난 친구들도 만나고. 그리고 지금은 촬영 전에 패턴을 되찾으려 했다.
▲ 다양한 작품을 하고 있지만, 도전하고 싶은 게 있을까.
= 제가 중세 시대를 좋아해서 그런 시기를 다룬 것도 좋고, 최근에 영화 '국보'를 봤는데 너무 좋아서 그런 내면을 바닥까지 보여주는 그런 작품을 해보고 싶다.
▲ 추가적인 할리우드 진출 계획은 없나.
= 지금도 해외 작품 오디션을 꾸준히 보고 있다. 떨어져서 그런 거다.(웃음) 저도 다양한 이야기를 시도하고 싶어서 꾸준히 계속 하고 싶다.
▲ 가수 김민하로서는 추가 활동은 없나. 아니면 뮤지컬이라도.
= 노래하는 건 좋지만, 아직 두렵다. 노래도 하고, 글도 썼지만 다른 분야는 조심스러운 것 같다. 프로젝트성 단발성 작업은 좋지만, 앨범을 내는 건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웃음) 뮤지컬을 좋아하지만, 제가 그 정도로 노래를 잘하진 않는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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