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SNS 몰두하는 트럼프의 속사정

1 week ago 7

[다산칼럼] SNS 몰두하는 트럼프의 속사정

KTX가 놀라운 세상을 열었지만 창원은 꽤 멀었다. 3선으로 12년간 경남교육감을 지내고 임기가 한 달여 남은 분의 간담회 요청, 행복한 말년에 또 어떤 의욕인가 궁금했다.

세상의 모든 것이 중독의 마법을 부릴 수 있다. 심지어 ‘빨리’ 마시면 물도 그렇다고 한다. 5500년 전 메소포타미아 문명이 남겨놓은 기록에 가끔 등장하는 ‘훌’과 ‘길’이라는 단어, ‘기쁨을 주는 식물’이라는 뜻인데 양귀비다. 아마 그보다 훨씬 일찍부터 양귀비는 인류와 함께하며 다양한 도움을 줬지만 중독의 사례는 드물었다. 문제는 무엇이든 빠르고 강하게, 싸게 바꾸는 인간만의 신묘한 재주 때문에 벌어진다. 중국에 엄청난 무역적자를 보던 영국이 종자를 개량해 약효를 향상시킨 아편을 인도에서 싸게 생산해 수출했다. 무려 ‘약(藥)’이라고 쓰인 상자에 딱 넣어서. 거기에 ‘담배처럼 피워서 흡입하는 방식’까지 도입되면서 문제가 폭발했다. 1839년에 중독자가 천만 명을 넘어섰다. 1729년 수입 금지령이 내려졌지만 영국인은 운반만 했을 뿐이고 중국인이 어떤 용도로 쓰든 무관하다고 뻗댔다. 플랫폼만 제공했을 뿐이고 이용자가 어떤 콘텐츠를 유통하든 자기들과 무관하다는 어떤 주장과 꼭 닮았다. 인간은 멈추지 못한다. 엑기스만 추출해서 10배 강한 모르핀, 헤로인에다 흡수가 훨씬 빠른 주사방식까지. 이쯤에서 만족? 어림없다. 옥시콘틴을 거쳐 헤로인보다 50배 강한 펜타닐까지, 단계마다 개발자들은 안전하다고 우겼지만 미국에서 이미 50만 명이 죽었고 또 죽어가고 있다. 하지만 그 약들은 특정 환자에게는 필수적인 물건이다. 관리와 통제가 문제일 뿐이다.

새롭게 등장한 소통 채널로 성공한 대통령은 제법 있다. 루스벨트의 라디오, 케네디의 TV, 오바마의 인터넷, 모두 싸고 빠르게 소통해 지지를 공고히 한 도구다. 그럼에도 취임 후에 그것에 포획된 경우는 없었다. 인간은 태생적으로 사회적 인정에 목을 맨다. 오죽하면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다’는 노래가 오랜 세월 동심을 사로잡았을까. 바로 그 욕구가 개인 방송국 기능을 장착한 스마트폰을 중독의 도구로 바꾸고 말았다. 블로그에서 유튜브를 거쳐 숏폼으로, 페이스북에서 인스타그램으로 더 쉽고 빠르고 강렬하게.

세상 점잖던 장로님도 운전대를 잡으면 난폭해질 수 있다는 걸 보고 나서 몸과 차가 하나가 되는 ‘자아 확장 현상’을 실감했다. 차의 크기까지 확장되는 자아, 그래서 다들 더 큰 차를 원하고 오프로드에 갈 일이 없는 도시 마초들이 지프차를 넘어 미군 전투차량을 개조한 허머를 수억원에 사는 이유다. 엉덩이에 굳은살이 생길 정도로 날것인 승차감에도 자아 확장의 느낌은 중독성이 강하다.

똑같이 ‘좋아요’도 우리 편 확인을 통해 자아 확장을 호출하는 마약이다. 트위터에서 퇴출되니 직접 SNS 회사까지 창업할 정도로. 물론 다 그런 건 아니다. 유독 중독에 취약한 유전자가 있고 하필 그가 그렇다. 형이 유전성이 60%에 달한다는 알코올 중독으로 42세에 죽은 뒤 술을 멀리했지만 책상 위 콜라 호출 버튼으로 하루에 12잔씩 장복하시는 건 어쩔꼬! 요즘 전쟁이 뜻대로 안 풀리면 하루 수십 건씩 SNS에 올린다는데 이런 건 소통이 아니다. 긴장하면 줄담배를 피우듯 연거푸 콜라 버튼을 누르고 SNS로 지지와 확장된 자아를 확인해야 안정감을 회복한다? 비판적인 전통 언론을 우회해 짧고 빠른 SNS 소통으로 깜짝 대통령이 된 성공 경험은 협상의 달인을 자부하던 그를 SNS를 통해 자기 패를 다 노출하는 하수로 만들었다.

이런 게 중독이 아니면 또 무엇일까. 80세 노인이 그렇다면 ‘연령적으로 취약’한 청소년들은 어떨까. 스마트폰이 등장한 2010년 이후 스웨덴 청소년의 정신건강 문제가 2배, 프랑스 청소년의 우울증이 4배로 증가했다. 스마트폰에 하루 6시간, 그중 40%를 짧고 빠른 숏폼에 쓴다는 우리 아이들은 괜찮을까. 은퇴 후에 고향에서 작은 책방을 열어 느리지만 깊은 학습과 나눔의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백전노장 교육감, 그를 마지막까지 고심하게 만든 건 ‘우리 아이들과 SNS의 관계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였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