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불붙은 과학기술 '끝판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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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다른 경쟁이 시작됐다. 마이클 크라치오스 미국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장은 지난 21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과학: 새로운 골든에이지(Science: A New Golden Age)’라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1945년 버니바 부시의 ‘과학, 끝없는 프런티어’ 이후 81년 만에 나온 과학기술 체계의 재설계서다. 이어 백악관은 50억달러(약 7조3000억원) 이상의 연방 자원을 투입하는 ‘제네시스 미션’도 이튿날 발표했다. 10년 내 인공지능(AI)으로 연구 생산성과 영향력을 두 배로 올리겠다는, ‘현대판 맨해튼 프로젝트’다. 속도전의 배경에는 중국이 있다. 유럽집행위원회는 지난해 중국이 연구의 산출량과 참신함, 파급력 모두 미국, 유럽을 앞선다고 평가했다. 주목할 대목은 이 보고서와 제네시스 미션, ‘2028회계연도 연구개발(R&D) 우선순위 메모랜덤’ 등이 과학이 작동하는 방식을 설계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이다. 그 설계의 기본 정신은 다섯 가지로 요약된다.첫째, ‘AI를 쓰는 과학’에서 ‘AI가 하는 과학’으로의 진화다. 메모랜덤은 AI를 과학적 발견의 새로운 도구로 삼는 연구를 지원하라고 못 박았다. AI가 가설을 세우고 로봇이 실험하며, 그 결과가 다시 다음 가설로 이어지는 무한 루프가 시작됐다.둘째, 국가 연구 자산의 칸막이를 걷어낸다. 지금까지 슈퍼컴퓨터는 보유 연구소, 데이터는 생산 기관의 것이었다. 앞으로는 소속이 아니라 임무가 접근 자격을 정한다. 17개 국립연구소의 슈퍼컴퓨터와 연방 과학데이터, 과학 전용 AI 모델을 ‘미국 과학안보플랫폼’ 하나로 묶어 임무를 맡은 연구자라면 누구나 국가의 계산 능력과 데이터를 꺼내 쓸 수 있다.셋째, 연구비 배분의 정답이 하나라는 전제를 버린다. 지금까지는 합의제 동료 심사라는 단일 관문이 사실상 모든 연구과제를 걸러 왔다. 이런 방식은 검증된 길에는 강하지만 판을 뒤흔드는 파괴적 연구 포착에는 불리하다. 그래서 메뉴를 늘린다. 몇 쪽짜리 신청서를 한 달 내 심사하는 ‘패스트 그랜트’, 합의제에서 탈락할 파격 제안을 심사자 단 한 명이 살려내는 ‘골든티켓’, 아직 없는 기술의 수요를 정부가 먼저 약속하는 ‘선구매약정’ 등이 그것이다. 과제 성격에 따라 지원 방식을 골라 쓰는 포트폴리오를 짜겠다는 것이다.넷째, 과학정책 자체를 과학으로 만든다. 미국도 연구비는 역대 최대인데 성과는 급감해 10억달러당 신약 승인 건수가 수십 년 새 약 80분의 1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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