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꾸준한 공급 시그널'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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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꾸준한 공급 시그널'이 답이다

최근 한 저녁 자리에서 만난 전직 국토교통부 고위 관계자에게 부동산 시장 안정책을 물었다. 2000년대 이후 시장 과열기에는 진정 대책을, 침체기에는 활성화 정책을 설계한 주택 분야 전문가다. 그는 “서울 강남 수요를 단기간에 만족하는 공급책을 마련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시장이 스스로 균형을 찾아가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착공과 입주 등 실제 공급 상황을 투명하게 알리고 민간이 공급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연내 발표를 목표로 공급 대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농지 확보만으로 풍년이 보장되지 않듯 먼저 전체 공급 전략의 큰 그림을 제대로 그리고, 농부(건설사·시행사)가 열심히 농사(주택 인허가 및 공급)를 짓도록 만드는 게 중요하다.

주택 용지 발굴에 사활 건 정부

11월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는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주택공급 촉진 관계장관회의’ 1차 회의가 열렸다. 기재부와 국토부를 포함해 16개 부처에 ‘주택을 지을 수 있는 가용지를 최대한 확보하라’는 지침이 내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내 부동산 관계장관회의가 있음에도 별도 회의를 마련한 건 그만큼 공급책이 다급하다는 신호로 읽힌다.

11월 20일에는 용산에서 국토부와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합동 공급 TF 및 LH 주택공급특별본부’ 현판식을 열었다. LH는 별도로 사장 직무대행이 본부장을 맡는 주택공급특별대책본부도 신설했다. 국토부 역시 부처 내 흩어져 있는 공급 기능을 통합·강화하는 조직 개편을 논의 중이다. 당시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전 정부에서 검토된 후보지, 노후 청사 개발, 재개발·재건축, 그린벨트 해제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지금 후보지를 찾아내더라도 이 정권 내 착공은 쉽지 않다. 토지 매입과 인허가만 최소 5년이 걸리기 때문이다.

공급난의 뿌리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2020년 이후 코로나19로 글로벌 공급망 충격이 발생했고 금리·공사비 급등,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건설사와 시행사의 체력이 고갈되다시피 했다. 여기에 빌라·오피스텔 전세사기 여파까지 겹치며 비(非)아파트 시장도 공급 절벽에 몰렸다. 지난 3년간 분양·착공 급감으로 입주 물량 부족은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

해법은 민간에서 찾아야

정부는 공급의 전진 기지로 LH 등 공공 부문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공공은 무주택자·신혼부부 등 취약계층을 위한 임대주택과 3기 신도시 조성에 집중하고, 도심 공급은 민간 역량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로 서울 아파트 신규 공급의 70%는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이 차지한다. 조합이 사업을 원활히 추진할 수 있도록 인허가 단축 방안을 지속적으로 발굴해야 한다. 최근 국토부와 서울시가 국장급 선에서 실무 협의를 정례화하기로 한 데 대해 업계 평가가 긍정적인 것도 이 때문이다. 필요하다면 용적률 상향 등 실질적 인센티브도 검토해야 한다.

정부가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안정적 공급 의지를 꾸준히 시장에 전달하면 과열된 매수 심리는 점차 누그러질 수 있다. 수요자 신뢰를 쌓는 것이 부동산 시장 안정의 출발점임을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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