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업계 매출 1위 기업은 단연 넥슨이다. 2024년에 이어 작년에도 4조원을 넘었을 것이 확실시된다. ‘게임 공룡’ 넥슨의 2대주주는 이달 초 이름을 바꾼 재정경제부, 즉 정부다. 넥슨 지주사인 NXC 지분을 30.65%나 들고 있다. 그것도 2023년 초부터 4년째다. 그룹 계열사 중 넥슨게임즈(코스닥)와 넥슨재팬(도쿄증권거래소)만 상장돼 정확히 평가할 순 없지만 지분 가치가 4조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가 초기 투자를 잘했을까. 그렇지 않다. 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세율을 바탕으로 지분을 넘겨받았을 뿐이다.
국부펀드로 이관 검토
창업자인 김정주 전 넥슨 회장은 2022년 54세로 유명을 달리했다. 법에 따른 상속세율은 최소 10%, 최고 50%다. 대기업 최대주주엔 할증(20%)이 붙는다. 넥슨과 같은 큰 기업에는 어김없이 60%가 적용된다. 유산 가치(약 10조원)를 감안한 유족 세 부담은 6조원 안팎에 달했다. 막대한 세금을 낼 길이 없던 유족은 NXC 주식 85만1968주를 물납했다. 나머지는 개인 채무로 떠안았다.
세금 대신 비상장 주식을 받아든 정부로서도 NXC 지분은 ‘그림의 떡’이다. 곧바로 현금화하기 어려워서다. 정부가 주요 주주인 건 맞지만 경영권이 없다. 경영권은 나머지 지분 70%가량을 보유한 유족이 갖고 있다. 비상장인 NXC를 통해 넥슨재팬을 지배하고, 넥슨재팬이 넥슨코리아와 넥슨게임즈 등을 컨트롤하는 구조다. 이런 상황에선 수조원을 주고 경영권도 없는 지분을 인수할 회사가 선뜻 나타날 리 만무하다. 네 차례 매각 시도에도 원매자가 없었던 이유다.
정부는 NXC 지분을 올 하반기 출범시킬 국부펀드로 이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일괄 매각이 어려우니 배당을 받고 구조화, 지분 스와프 등이 가능한 장기 수익 자산으로 활용한다는 고육지책이다. 최근 보고한 ‘2026 경제성장전략’에 이런 내용이 담겼다.
이 경우 지분 매각은 더 공전할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정부는 할인 매각이 불가피할 때도 국유재산정책심의위원회 의결을 거치도록 했다. 원래 2회 유찰되면 감정평가액의 절반까지 할인할 수 있는데,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미다.
정부가 들고 있는 대량 매물을 소화하는 건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매각 가격과 시점, 절차 등에 따라 정치적 역풍이 불 수 있어서다. 1998년 공적자금을 투입한 우리금융지주의 경우 다 털어내는 데 꼬박 26년이 걸렸다. 그나마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여서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을 동원할 수 있었다.
'정부 기업' 속출할 판
어찌 보면 NXC 유족 사례는 그나마 낫다. 당초 김 전 회장 가족이 비상장 지분을 거의 100% 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규모 물납 뒤에도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는 배경이다. 최대주주 지분이 30% 안팎에 불과한 다수의 창업자 세대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지금과 같은 구조 아래에선 최대주주가 정부로 바뀌거나 주주 간 갈등이 속출할 수밖에 없다.
미국에선 어떨까. 상속세 면제 한도가 높을뿐더러 최고세율(40%)도 낮다. 비상장 기업은 최장 14년간 분할 납부하는 완충 장치도 있다. 세금이 경영권의 최대 위협 요인으로 등장하는 사례가 많지 않다. 우리도 사회적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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