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을 증폭하거나 전류를 제어하는 전력 반도체는 전기 사용이 폭증한 인공지능(AI) 시대에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 이제는 ‘산업 혈관’을 넘어 ‘에너지 뇌관’이라고 얘기할 정도다.
AI 시대 이전만 해도 전력 반도체는 단일 원소인 규소(실리콘)를 원료로 사용했다. 고온·고압 환경에서 견디는 내구성이 약한 게 문제였다. 자연스럽게 화합물 반도체가 고급 전력 반도체의 대세가 됐다. 대표적인 게 탄화규소(실리콘카바이드·SiC)와 질화갈륨(GaN)이다.
SiC 계열 반도체는 주로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초고압직류송전(HVDC) 기반 ‘에너지 고속도로’ 등에 들어간다. GaN 계열은 무기용 국방 반도체로 쓰인다. 욜그룹에 따르면 이런 화합물 반도체 시장은 5년 내 현재의 두 배로 커질 전망이다. 연평균 증가율이 13%로 전체 반도체 산업(7%)의 두 배 수준이다.
격변 중인 전력 반도체 시장
세계 각국이 화합물 반도체 시장 선점에 열을 올리는 건 당연하다. 발 빠르게 움직인 곳이 중국이다. 중국은 전력 반도체 시장에서도 물량 공세와 인해전술로 상대를 무너뜨리고 있다. 중국 기업이 올 들어 6인치 SiC 웨이퍼 가격을 절반 이하로 낮추자 지난 7월 세계 1위 업체인 미국 울프스피드가 파산했다. 대만 TSMC까지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2027년 전력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에서 철수하겠다고 손을 들었다.
한국도 일찌감치 화합물 반도체 개발에 나서긴 했다. 세계 표준이 확립되기 전인 1992년부터 이 기술을 육성하려 했다. 하지만 말뿐이었다. 거창한 목표만 제시했지, 의미 있는 예산을 투입하지 않았다. 메모리 강국 위상에 걸맞지 않게 전력 반도체 분야에선 여전히 걸음마 단계인 이유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에 따르면 한국 SiC 반도체 기술은 유럽과 미국 대비 70~82%(2022년)에 그친다. GaN 반도체 기술은 68~78%다.
이 때문에 한국은 화합물 반도체를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자립화율은 전력 반도체가 10%이고 국방 반도체가 1% 남짓이다. 그마저도 생산은 대부분 해외에서 한다. 전쟁 같은 공급망 위기가 있으면 반도체 때문에 전력과 방산이 모두 멈춰 설 수 있다는 얘기다.
뒤늦게 시작한 한국
정부도 속수무책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시 화합물 반도체 육성에 나섰다. 8월 SiC 전력 반도체를 15개 신성장동력으로 선정해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선포했다.
뜯어보면 여전히 문제점투성이다. 정부가 내년에 차세대 전력 반도체 개발에 투입하기로 한 예산은 250억원에 불과하다. 말만 번지르르할 뿐 실탄이 없어 용두사미로 끝나던 잘못을 반복하려는 것이다.
과거를 답습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이번에도 국산화는 대부분 기술 개발에 집중돼 있다. 책상에서만 존재하는 ‘탁상 기술’로 자립률만 올리려는 심산이다. 연구개발(R&D) 성공을 국산화로 집계해 정부 성과로 포장하려는 관례를 반복할 공산이 크다. 더 이상 이런 얕은 국산화에 머물러선 안 된다. 공급망 위기에도 버틸 수 있는 생태계를 갖춰야 진정한 국산화를 이룰 수 있다. 전기와 국방 등 필수재 국산화의 결승선은 기술이 아니라 공급망 국산화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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