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중국 바이오 굴기에서 배울점

중국 바이오업계의 성장 속도가 무섭다. 키움증권이 집계한 올해 상반기 중국 제약·바이오 기업의 신약 기술 수출은 30건에 달한다. 우리나라보다 네 배가량 많다. 건수도 건수지만 금액 측면에서 더 차이가 났다. 총계약금액은 한국이 10조원이었는데, 중국은 70조원을 웃돌았다.

하반기 들어서도 중국 바이오 기업의 초대형 기술 수출 계약이 잇따르면서 한국과 중국의 바이오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중국 항서제약은 지난 7월, 이노벤트는 지난달 각각 16조원 규모의 기술 수출 대박을 터뜨렸다. 한국에선 유례없는 규모다.

美 추격하는 中 바이오 기술력

일각에서는 올해 세계 신약 기술 수출 계약 건수의 40%를 중국이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이 비중이 5%에도 못 미쳤던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약진이다. 글로벌 빅파마(대형 제약사)의 중국 의존도가 급속하게 심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경계론도 나오지만 이런 흐름이 바뀌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빅파마들이 초유의 위기를 맞고 있어서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약값 인하 정책으로 미국 제약사의 신약 프리미엄 시대는 끝났다. 내년부터 상당수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가격이 절반 이상 깎인다. 여기에다 신약 특허 절벽이 눈앞에 닥쳤다. 머크(MSD), 화이자, 존슨앤드존슨 등 빅파마가 향후 5년 내 신약 특허 만료로 입게 될 매출 감소 전망치는 자그마치 400조원에 달한다. MSD가 알테오젠의 피하주사 기술을 가져가 3년 뒤로 다가온 세계 1위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의 특허 만료에 대비하고 있지만 바이오시밀러가 쏟아지면 매출 감소를 피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빅파마들은 차세대 먹거리가 될 후보물질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런 처지의 빅파마들에 세계적 신약 경쟁력을 갖춘 중국 제약·바이오 기업은 놓칠 수 없는 파트너다.

중국 바이오 기술력이 의약품 세계 최강국 미국까지 위협할 수준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버드 케네디스쿨 산하 공공정책 싱크탱크인 벨퍼센터는 6월 보고서를 통해 반도체, 인공지능(AI), 바이오, 양자, 우주 등 5대 핵심 기술 분야 가운데 중국이 가장 먼저 미국을 추월할 분야로 바이오를 꼽았다.

정부 주도의 전폭 지원이 비결

중국이 짧은 기간에 바이오 굴기를 이뤄낸 데는 정부 주도의 파격적 지원이 큰 역할을 했다. 바이오텍 한 곳이 10개가 넘는 글로벌 임상시험을 거뜬히 할 수 있을 정도로 자금을 댔다. 상장 문턱도 크게 낮췄다. 신기술 벤처는 손쉽게 기업공개(IPO)할 수 있도록 문호를 넓혔다. 임상시험 승인 속도도 빠르다. 30일 자동 승인제를 도입하면서다.

우리 바이오 기업들의 현실은 어떤가. 대다수 바이오텍은 여전히 암흑 속에 갇혀 있다. 상장 문턱은 높고, 상장 유지 조건도 까다롭기 이를 데 없다. 신약 연구개발(R&D)로 영업적자가 쌓였다간 자칫 상장폐지 수순을 밟아야 한다. 정부는 여전히 바이오 육성을 외치지만 현장에선 피부에 와닿는 대책이 없다고 비판한다. 벌써 수년째 희망고문만 당하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허송세월하는 사이에 중국은 멀찌감치 앞서가 버렸다. 이러다 바이오 강국이 되기 위한 골든타임을 놓쳐버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