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서 아이폰 품절이라니"…확 달라진 '애플 불모지'

애플이 삼성전자나 현지 브랜드에 밀려 그간 힘을 쓰지 못했던 일부 동남아시아 국가와 중국에서 아이폰17 시리즈 인기에 힘입어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아이폰 기본형 모델이 품절되거나 현지 브랜드 판매량을 웃도는 성적을 내면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아이폰17 시리즈는 '험지'나 다름없던 일부 지역에서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가 점유율 1위를 달리는 베트남에선 최근 아이폰17 기본형 모델이 처음 품절됐다.

베트남 현지 매체 VN익스프레스는 지난 8일(현지시간) 이동통신사 등 대형 유통채널에서 아이폰17 기본형 모델 대다수가 품절된 상태라고 보도했다. 인기 색상으로 꼽히는 라벤더·세이지·화이트 색상은 품절됐고 블랙 색상 512GB 모델만 판매되고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다음 달에야 제품을 수령할 수 있을 예정이다. 일부 소규모 유통채널에서만 라벤더·세이지 등 인기 색상 모델을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아이폰17 기본형은 첫 물량이 모두 소진된 이후 일부 주문의 경우 이달 말까지 결제조차 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베트남 전자제품 판매업체 셀폰S 관계자는 "아이폰17 기본형에 관심을 갖는 고객 수가 전작(아이폰16 시리즈)보다 몇 배나 많다"며 "아이폰 기본 모델이 이렇게 큰 인기를 얻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아이폰을 취급하는 현지 소매점 관계자들도 이례적 현상이라고 입을 모았다. 통상 아이폰 시리즈 출시 후 한 달쯤 지나면 대다수가 프로·프로 맥스 모델을 찾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한 소매점 관계자는 "120Hz 프로모션 기술이 적용된 대형 화면과 같이 중요한 업그레이드가 많은데도 가격은 프로 모델보다 1000만동(약 54만원) 더 저렴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예년보다 기본형을 선호한다"고 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 조사를 보면 애플은 올 2분기 베트남 스마트폰 시장에서 출하량 기준으로 점유율 20%로 삼성전자(26%)보다 6%포인트 뒤처져 있다. 베트남은 올해 처음 아이폰 1차 출시국에 포함됐다. 애플이 최근 판매량이 높은 국가를 1차 출시국에 포함했던 점을 고려하면 베트남에서 아이폰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태국에서도 아이폰17 시리즈 판매량이 늘었다. 현지 매체 인포퀘스트는 업계 관계자들을 인용해 아이폰17 시리즈가 전작 사전 판매량보다 현저하게 높았다며 "코스믹 오렌지 색상의 아이폰17 프로 맥스는 판매 폭발적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현지 애플 제품 유통업체 SPVI는 출시 첫날 아이폰17 프로·프로 맥스 1차 물량이 완판됐다고 밝혔다.

중국에선 현지 브랜드 샤오미의 신제품보다 가파른 판매량 증가세를 나타내는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 정보기술(IT) 매체 IT즈자는 IT 팁스터(정보유출자) 디지털잡담소를 인용해 아이폰17 시리즈 전체 누적 개통 대수가 지난 5일(현지시간) 기준 269만5000대에 이른다고 전했다. 모델별로는 프로 맥스 107만7000대, 프로 97만600대, 기본형 64만8000대로 집계됐다. 지난달 19일 판매 개시 이후 17일간 올린 성과다.

반면 샤오미가 내놓은 샤오미17 시리즈는 지난달 27일 출시일부터 이달 5일까지 9일간 107만6000대가 개통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별 판매량 추이를 놓고 볼 경우 아이폰17 시리즈보다 증가세가 더디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애플이 올해 아이폰17 시리즈 생산량을 8400만~8600만대에서 9000만대 초반 수준으로 늘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가 생산은 프로·프로맥스를 중심으로 이뤄진다는 전망이다. 모건스탠리는 보고서를 통해 애플이 당초 프로·프로 맥스 예상 판매량을 너무 낮게 설정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내년 말 출시될 첫 번째 폴더블 아이폰과 아이폰18 시리즈, 애플 인텔리전스 기반의 다양한 기능이 소비자들 관심을 집중시킬 경우 연간 판매량 2억7000만대를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