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전재성]트럼프 이후에도 달라진 미국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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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함을 권력의 크기로 이해하는 트럼프 압박해 양보 끌어내지만 질서 만들지 못해 트럼프는 촉매일 뿐, 美는 패권 재조정 중 일탈로 보고 트럼프 퇴장만 기다려선 늦어 전재성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뉴욕타임스(NYT)에서 미국이 이란 전쟁에 이르는 결정 과정을 손에 잡힐 듯 복원했던 두 기자, 매기 해버먼과 조너선 스완이 6월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정권교체)’라는 책을 펴냈다. 책의 마지막 장면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권력관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집무실 인터뷰에서 자신을 알렉산더 대왕과 칭기즈칸, 나폴레옹, 마오쩌둥, 스탈린에 견주며 역사상 가장 강력한 지도자로 평가한 문서를 기자들에게 보여줬다. 한 역사가의 평가라고 소개했지만, 작성자는 트럼프 대통령과 친한 유명 골프 선수의 오랜 캐디였다. 우리를 놀라게 하는 것은 문서의 출처가 아니다. 역사적 위대함을 권력의 크기와 그것을 행사하려는 의지로 이해하는 대통령의 권력관이다. 이 일화는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을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첫째, 트럼프의 정치에서는 개인적 관계와 충성의 논리가 정책 결정 속으로 깊이 들어온다. 이는 민주주의 지도자라면 사적 감정과 공적 판단, 개인적 충성과 국가이익 사이에 거리를 둬야 한다는 기본 규칙을 되묻게 된다. 둘째, 국제질서를 설계하는 정치적 상상력의 문제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정치를 관세, 군사력을 두고 압박한 뒤 정상 간 거래하는 협상의 장으로 단순화한다. 이러한 방식은 상대의 계산을 흔들고 양보를 끌어내는 데 효과가 있다. 그러나 동맹의 신뢰를 관리하고, 전쟁 이후의 질서를 만들며, 여러 국가의 이해를 지속 가능한 제도로 연결하는 데에는 충분치 않다. 셋째, 전략을 질서로 전환하는 능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위기를 조성하고 상대를 압박하는 능력을 반복해서 보여줬다. 그러나 군사적 우위와 경제적 압박을 안정된 정치적 타결로 연결하는 능력은 별개의 문제다. 이란 전쟁에서도 전쟁을 시작하는 결단은 분명했지만, 군사적 성과를 어떠한 지역 질서로 전환할 것인지는 뚜렷하지 않다. 트럼프 시대가 전적으로 예측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구체적인 행동의 시점과 강도는 불확실하지만 정책의 방향은 뚜렷하다. 미국의 부담을 줄이고, 동맹국의 기여를 늘리며, 무역과 안보를 하나의 협상에 올리고, 불확실성 자체를 협상의 지렛대로 사용한다. 예측 불가능성조차 일정한 규칙성을 갖게 된 것이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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