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론/김정식]고환율은 한국 경제에 보내는 위험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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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경제상황 볼 때 ‘고환율 뉴노멀’ 가능성
물가 자극, 내수 침체, 고용 감소 등 비용 커
과도한 시장 개입은 외환보유액 소진 불러
물가 쇼크 대비-산업경쟁력 회복 병행해야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로 올라서 벗어나질 못하자 앞으로 이런 고환율이 일상화될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환율이 앞으로 어떻게 변할 것인지는 적정환율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적정환율은 그 나라 경제 상황에 적합한 환율로, 적정환율이 높으면 시장환율이 적정환율까지 오르면서 고환율이 ‘뉴노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적정환율 추정 시 경상수지를 중시했다. 경상수지 흑자를 특정 목표 수준으로 관리할 수 있는 환율을 적정환율로 봤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 국가 간 주식이나 해외 직접투자 규모가 커지고 실업률과 물가 상승률이 높아지면서 경상수지 외에도 자본수지를 고려하고,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을 완화시킬 수 있는 환율 수준을 적정환율로 보고 있다.

올해 우리나라 경상수지는 1100억 달러(약 161조 원) 흑자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경상수지만 보면 적정환율은 1200원대로, 앞으로 시장환율은 큰 폭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자본수지와 경제성장률, 실업률까지 고려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미국 주식시장 투자로 내국인의 자본 유출이 늘고 있으며, 1% 이하의 성장률과 내수경기 침체로 청년실업률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환 유출과 어려운 경제 상황을 해소할 수 있는 적정환율은 기존의 경상수지 기준보다 훨씬 높게 형성된다. 달러당 1400원대의 고환율이 뉴노멀이 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환율 상승은 자동차, 반도체 등 수출기업에 유리하고 미국의 관세 효과를 상쇄하는 긍정적 효과도 가져온다. 그러나 고환율의 일상화는 많은 문제를 초래한다. 먼저 수입물가를 높여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며,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 인하가 지연되면 소비와 투자가 감소해 내수경기 침체와 고용 감소의 비용이 커지게 된다. 여기에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 투자자본의 유출과 이로 인한 추가적인 환율 상승의 부작용도 발생한다. 환율 상승은 환투기를 불러올 수도 있다. 환율이 국가 신인도를 나타내는 지표여서 투기 세력이 넘볼 수 있기 때문이다.

부존자원이 빈약해 원유와 원자재를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의 특성상 고환율의 일상화는 수익보다 비용이 더 클 수 있다. 산업경쟁력 약화 등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로 발생한 고환율을 단기간에 낮추기는 쉽지 않지만, 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책당국의 적극적인 대비는 필요하다.

먼저 과도한 외환시장 개입에 신중해야 한다. 적정환율이 지금의 시장환율보다 낮다면 환율 상승은 일시적이므로 외환시장 개입으로 시장환율을 낮출 수 있다. 그러나 적정환율이 현재 시장환율과 비슷하거나 높아 고환율이 뉴노멀이라면 외환시장 개입으로 시장환율을 낮추기는 어려우며 외환보유액만 소진될 수 있다. 외환당국은 환율 변동성을 줄이고 환투기에 대응하기 위해 제한적 개입을 할 필요는 있지만, 환율의 변동 방향을 바꾸려는 과도한 개입은 경계해야 한다.

현재 우리 외환보유액은 위기를 초래할 정도로 낮진 않지만, 그렇다고 충분하지도 않다. 과거와 달리 수출입 규모가 커지고 국내 외국인 투자자금도 증가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4288억 달러 규모인 외환보유액에서 300억 달러만 개입으로 소진돼도 보유액이 3000억 달러대로 감소하면서 불안감이 높아질 수 있다. 환투기가 유발될 수 있는 것이다. 외환당국은 외환보유액 관리에 신중해야 한다.물가 안정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환율이 오를 경우 수입물가를 밀어올려 물가 상승률이 높아지게 된다. 전기, 휘발유,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농산물과 식품 가격 등 생활물가가 오르게 되고, 건축자재 가격 상승으로 주택 가격까지 높아지게 된다. 정책당국은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농산물의 경우 이익집단의 반발을 극복하고 수입을 확대해 공급 증가로 가격을 안정시켜야 하며, 유통구조 개혁으로 유통비용을 낮춰야 한다. 그 외에도 해외 투자로 인한 자본 유출을 줄이고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해 기업 투자 환경을 개선할 수 있도록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법·제도 개혁도 서둘러야 한다.

한국 경제는 그동안 주력 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인한 내수 침체와 고용 감소를 유동성 증가로 해결해 왔다. 그러나 과도한 금융 확장은 실물과 금융 간 괴리를 확대시켜 버블경제와 고환율 뉴노멀을 초래한다. 고환율은 한국 경제에 주는 위험 신호라고 할 수 있다. 정책당국은 적정환율 수준을 면밀히 검토해 장기적으로 저환율이 다시 노멀이 될 수 있도록 산업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지금은 고환율이 고착화될 우려에 적극적으로 대비해야 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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