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론/모종린]균형발전 시대, 물어야 할 서울의 역할

1 week ago 11

서울 기능 축소 균형발전 목적 삼아선 곤란 중심지와 배후지역 강점 살려 함께 키워야 몇 개의 중심지 정해 역할 나누는 데서 출발 서울, 금융 등 국제 경쟁력 강화에 집중해야 모종린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국가도 하나의 지역이며, 모든 지역에는 중심지가 있다. 한국에는 서울이 있고, 프랑스에는 파리가, 미국에는 뉴욕과 워싱턴이 있다. 나라마다 다른 것은 중심지의 유무가 아니라 그 개수다. 중심지가 하나면 일극(unipolar), 둘이면 이극(bipolar), 여럿이면 다극(multipolar) 체제라 부른다. 여기서 놓치기 쉬운 것이 하나 있다. 중심지가 몇 개든, 중심지와 중심지가 아닌 곳의 관계는 위계 질서가 아니라 분업 구조라는 점이다. 중심지가 할 일이 있고, 배후 지역이 할 일이 따로 있다. 중심지는 자원과 정보와 사람을 모으고 걸러 새로운 표준을 만들어 내는 곳이고, 배후 지역은 그 표준이 실제로 뿌리내리고 생산되는 곳이다. 둘 중 하나가 우월한 것이 아니라, 둘이 맞물려야 국토 전체가 돌아간다. 한국의 균형발전 논의는 이 분업의 감각을 자주 간과한다. 서울에 있던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옮기고, 서울의 대학 정원을 규제하고, 서울에 집중된 기능을 줄이는 방식이 대부분이다. 그동안 한국이 지나치게 서울 중심으로 성장해 인프라와 인구가 쏠렸다는 문제의식은 타당하다. 하지만 서울의 기능을 축소하는 것 자체를 균형발전의 목적으로 삼아서는 곤란하다. 무언가를 걷어내는 일과 국토 전체가 조화롭게 발전하는 일은 같은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파리나 도쿄, 런던도 자국 안에서는 압도적인 중심지지만, 기능을 인위적으로 나눠 지방에 이식하기보다 지방이 저마다의 정체성을 키우도록 돕는 쪽을 택하고 있다. 중심지가 제 역할을 잃으면 중심-배후의 균형 자체가 무너진다. 배후 지역이 아무리 성장해도, 이를 국제적 표준으로 연결하고 부가가치를 키울 중심지가 약해지면 국가 전체의 경쟁력이 떨어진다. 균형발전은 중심지의 몫을 재분배하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중심지와 배후 지역이 각자 잘하는 일을 더 잘하도록 만드는 포지티브섬 게임이어야 한다. 따라서 균형발전에서 먼저 결정해야 할 것은 한국이 일극, 이극, 다극 체제 가운데 무엇을 지향하느냐다. 세종에 행정수도 기능을 둔 것을 보면, 서울 하나만을 모든 것의 중심지로 삼겠다는 뜻은 아닌 듯하다. 이미 이극 또는 다극 체제를 향한 선택인 셈이다. 다만 그런 체제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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