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피’는 화투 놀이 용어이기도 하지만 수사기관에선 다른 의미로 쓰인다. 폭행 사건 양쪽 당사자를 다 입건할 때 ‘쌍피’ 사건이라고 한다. 법률 용어는 아닌데 실무에선 ‘쌍방 피해’의 줄임말로 쓴다. 수사기관 입장에선 잘잘못이나 정당방위를 가리지 않고 사건을 간단히 처리할 수 있으니 ‘쌍피’ 처리를 선호했다. 그 경우 피해자는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먼저 폭행당해 싸움이 벌어져도 맞는 게 상책”이란 말까지 나왔다.
▶이런 상황은 법원이 정당방위를 인정하는 데 인색했던 것과 무관치 않다. 2014년 집에 침입한 도둑을 집주인이 빨래건조대로 때려 뇌사 상태에 빠뜨린 사건이 있었는데 법원은 정당방위를 인정하지 않았다. 상대가 공격을 멈췄는데 과도하게 반격했다는 이유였다. 1964년 성추행범의 혀를 깨물어 일부를 절단한 최말자씨가 상해죄로 처벌받은 뒤 재심을 통해 지난해 정당방위로 인정받기까지 61년4개월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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