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워할 줄 안다는 것… 인간을 ‘인간’으로 살아가게 하는 힘[강용수의 철학이 필요할 때]

1 week ago 6

맹자 수오지심부터 아담-이브까지 수치심은 선악 가리는 도덕적 본성 성적 충동을 넘어 사랑으로 이끌고 길 벗어났을 때 되돌리는 경고등 돼 수치심은 우리가 인간으로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도덕적 버팀목이다. 선악을 분별하는 능력을 갖춘 뒤 알몸에 부끄러움을 느낀 아담과 이브.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커먼스 강용수 고려대 철학연구소 연구원 《 인간의 고유한 특징, 수치심 인간과 동물은 어떻게 다른가? 부끄러움은 인간과 동물을 구분짓는 특징 가운데 하나다. 동양에서는 맹자가 성선설의 근거로 수오지심(羞惡之心)을 꼽는다. 자신의 그릇됨을 부끄러워하고, 옳지 않은 일을 미워하는 마음이 올바름을 판단하는 바탕이라고 했다. 서양에서는 성경이 선악과를 먹은 다음 알몸에 부끄러움을 느낀 아담과 이브의 이야기를 전한다. 선악을 분별하는 능력을 갖춘 다음 자신의 발가벗은 모습에 수치심이 들어 나뭇잎으로 가리려고 한 것이다. 이처럼 수치심은 좋음과 나쁨을 가려내는 인간의 도덕적 본성이다. 》일상에서 성적인 부끄러움을 느낄 때가 있다. 성(性)은 종족 보존에 반드시 필요하지만, 동물의 교미 장면이나 남녀 간의 노골적인 애정 행각을 보면 낯 뜨거워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성적 수치심이 인간만의 감정이라고 한 독일 철학자 막스 셸러.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커먼스 독일 철학자 막스 셸러의 연구에 따르면 ‘성적 수치심’은 인간만이 느끼는 감정이다. 인간이 동물과 달리 성적 수치심을 갖는 이유는 육체와 정신, 종과 개별자라는 양극에서 갈등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강력한 성적 충동은 인간도 맹목적이고 무분별한 짝짓기로 몰아가지만, 인간은 자신의 행위에 대해 가치판단을 하는 존재다. 신도 동물도 모르는 부끄러움이 인간에게는 고통이다. 셸러에 따르면 부끄러움은 인간의 양면성을 드러낸다. 한편으로 인간은 동물과 같이 충동의 지배를 받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스스로 판단하는 개별적 주체다. 수치심은 가치를 분별하는 의식과 무분별한 충동 사이에서 나타나는 긴장감이다. 인간은 자신의 존재보다 더 낮은 것을 추구할 때 부끄럽다고 느낀다. 성적 결합을 원하는 사람도 동물과 같은 방식은 거부한다. 그래서 성은 대체로 은밀하고 비밀스럽게 이뤄지는 경우가 많고, 노골적으로 성에 대해 말하면 저속하다고 비난받는다. 성적 수치심은 자신이 동물과 같은 수준의 성적 쾌락의 노예로 떨어질 때 자각하게 되는 두려움이다. 수치심은 성적 행동이 짝짓기라는 단순한 목적으로 추락하지 않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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