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인사이트] AI가 소환한 제너럴리스트의 시대

1 week ago 6

 일러스트=추덕영 기자

일러스트=추덕영 기자

지난여름 미국 실리콘밸리는 메타가 촉발한 인재 약탈전으로 들썩였다. 인당 수천억원대 보상 패키지가 화제였지만 정작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가 주목한 지점은 따로 있었다. 영입 대상자들이 원한 근무 조건은 의외로 더 높은 직책도, 더 큰 팀도 아닌 ‘가장 적은 인원과 가장 많은 그래픽처리장치(GPU)’였다. 압도적인 컴퓨팅 파워 사용과 절대적인 연구 자율성이 인공지능(AI) 인재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판타스틱 50’이라고 불리며 메타의 AI 초지능 연구소로 향한 이들의 요구는 왜 이전과 달랐을까.

변화하는 협업의 패러다임

[비즈니스 인사이트] AI가 소환한 제너럴리스트의 시대

이는 협업의 패러다임 자체가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조직 구조에서 소프트웨어 프로젝트는 프론트엔드, 백엔드, 데이터베이스, 인프라 등을 담당하는 세분화된 스페셜리스트의 분업으로 운영된다. 하지만 전문 영역 경계마다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발생하고, 의사결정 속도는 느려지며, 이해관계 조율 과정에서 프로젝트 본질이 희석되곤 한다. 전문화는 생산성을 높였지만 그 효용에는 분명한 한계가 따랐다. 일정이 지연된 프로젝트에 인력을 더 투입할수록 오히려 완성이 더 늦어지는, 오래된 ‘맨먼스의 미신’(The mythical man-month)이 여전히 유효한 이유다.

그러나 AI 에이전트와 함께 일하는 방식은 완전히 다르다. 전체 시스템을 머릿속에 그려낼 수 있는 한 명의 뛰어난 인재가 AI를 활용해 기획부터 초기 서비스 구현까지 단숨에 수행할 수 있다. 커뮤니케이션 비용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고, 반복 작업의 속도는 기하급수적으로 향상되며 시간 제약 없이 24시간 협업이 가능하다. 인간과 AI 에이전트의 파트너십이 인간과 인간의 협업보다 훨씬 빠르고 효율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AI가 산업화와 인터넷 시대를 거쳐 공고해진 관료제 조직 구조의 해체를 예고한다. 현대 기업은 오랫동안 스페셜리스트를 양성할 수 있는 인재 개발 시스템을 구축해 왔다. 예를 들어 인사는 채용·보상·성과평가·교육훈련·노사관리로, 마케팅은 광고·브랜드·제품·유통·프로모션으로 세분화됐다. 기술이 복잡해질수록 전문화는 더욱 심화했고, 기업 고유의 핵심 역량과 연결된 특화 기술을 보유한 스페셜리스트가 대체 불가능한 핵심 인재로 평가받았다.

각광받는 통합형 인재

하지만 AI와의 협업은 다시금 제너럴리스트를 소환하고 있다. 한 명의 초고지능형 성과자가 사업상의 문제를 이해하고 기술적 해결 방안을 기획해 실제로 구현한 뒤 결과 분석까지 도맡는다. 핵심은 명확하다. AI가 전문 영역 간 진입장벽을 급격히 낮췄기 때문이다. 숙련된 개발자가 아니어도 AI 코딩 도구를 통해 작동하는 서비스 화면을 구현할 수 있고, 데이터베이스 설계의 모든 것을 알지 못해도 적절한 데이터 구조를 구축할 수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각 영역의 ‘깊이’가 아니라 전체 시스템을 한눈에 꿰뚫어 보는 ‘통합적 사고력’이다. 이 시대의 제너럴리스트는 단순히 이것저것 조금씩 할 줄 아는 사람이 아니라 ‘홀로 시스템 전체를 조망하고 축조하는 건축가’에 가깝다.

이 변화는 AI 시대의 인재상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자신만의 영역에 고립돼 전체를 보지 못한 채 기능적 전문화에 골몰하다 보면 새로운 프로젝트를 ‘0에서 1로 만들 수 있는’ 기회를 놓친다. 누군가가 지어놓은 복잡한 구조의 한 부분을 소폭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새로운 레거시를 만들어내는 능력, 즉 “당신은 무엇을 만들어봤는가?”가 “당신의 전문 분야는 무엇인가?”보다 더 중요한 시대가 됐다.

2025년 기업들은 AI 인프라 구축에 집중했다. 다가올 2026년은 그 인프라로 실질적인 성과를 증명해야 하는 해다. 조직의 생산성을 높이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 AI의 투자 수익률을 입증해야 한다. 메타의 인재 약탈전이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기존 스페셜리스트 중심의 조직 운영으로는 이 거대한 전환을 끌어내기 어렵다. 이제 AI로 무장한 제너럴리스트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인재 경영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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