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에서 10년 넘게 일하면 좋은 점이 몇 가지 있다. 그중 제일은 바로 기업 오너와 창업자를 실컷 만나는 것이다. 카카오톡 친구 6853명 가운데 10년 이상 인연을 이어오는 창업자가 많이 있는데, 그 덕에 이제는 딱 보면 이 양반이 사업을 잘할지 말지 느낌적인 느낌이 온다. 그럼 누가 성공하는 창업자가 될까. 독자를 성공적인 창업자 혹은 투자자로 만들어 줄지 모를 숨은 비법을 함께 나눠보자.
성공적인 창업을 위한 첫걸음 (Do’s)
(1) 어린 나이에 시작하라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엔비디아, 구글, 아마존, 메타의 공통점이 무엇일까. 나스닥 톱10? 거의 맞았다. 정답은 창업주가 19세에서 늦게는 30대에 사업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어릴 때 시작했다고 다 성공하진 않지만 실패와 수정, 재도전 기회는 월등히 많이 준다. 40대는 너무 늦었나? 천만의 말씀. 최근 10년간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기업들의 평균 창업 연령은 30대 후반~40대 초반이다. 그렇다. 오늘의 내가 제일 예쁘고 잘생겼고 힘이 세다! 하루라도 더 밤새울 체력이 남아 있는 지금, 창업하라.
(2) 섹터만 잘 찍어도 ‘절반의 성공’
필자가 제일 많이 만나는 분들은 재벌이지만, 제일 즐거운 만남은 창업 3~5년 차 젊은 아저씨들이다. 이 친구들과 몇 년간 밥을 먹고, 맥주도 마시고 하다 보면 팔자들이 갈라지는데, 시작은 비슷하지만 10년 뒤 기업가치의 단위가 달라지는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섹터(시장)다. 물론 고성장 신흥 시장일수록 리스크가 더 크다. 그러니까 인공지능(AI)이니 반도체니 할 땐 기술·자본·경영으로 나눠 팀으로 창업하는 게 필수다. 초기 투자의 규모와 기간도 소비재나 제조업의 두 배 이상이다.
문과라서 기술창업은 물 건너갔다고? 천만의 말씀. 필자 경험으로 보면 한 40%는 문과 출신, 경영학과 혹은 증권사 경험이 있는 창업주가 리드한다. 수요는 성장하는지, 1등 회사의 이익률은 어떤지, 해외에 상장된 회사는 있는지 그리고 나의 영혼을 담을 만큼 좋아하는 섹터인지 시작하기 전에 먼저 보라.
(3) 10년 뒤에도 팔 수 있는 사업을 만들라
사업을 시작했다면 반드시 10년 뒤 팔겠다는 마음으로 목표를 잡아라.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좋은 방법은 살 만한 사람들에게 물어보는 거다. 사모펀드, 중견기업, 재벌이 사고 싶어 하는 회사여야 상장이건 상속이건 한다. 그럼 그게 뭘까. 성장, 이익, 섹터가 제일 중요하지만 이 중에서도 성장이 가장 중요하다. 결국 ‘남’의 돈을 투자받아서 키우기만 하면 ‘남’에게 팔 수 있다. ‘덕업일치’는 이상향이지만, 그림 투자와 기업 투자의 공통점은 ‘내’가 아니라 ‘남’이 좋게 보는 걸 해야 돈이 된다는 점이다.
창업 이후 유의해야 할 점(Don’ts)
(1) 최소 6개월은 버텨야 한다
일단 창업했다면 첫 3년은 생존 게임이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도 최소 6개월, 이상적으로는 18개월 정도의 운영자금이 없으면 바로 말라 죽는다. 시작하기 전에 먼저 6개월을 버틸 작전을 짜라. 동업이든 대출이든 아니면 자문이든 쿠팡맨이든 버텨야 한다.
(2) 동업자는 필요악이다
창업은 팀 게임이지만 불행히도 영원하지 못하다. 투자자도 ‘혼자 하는 창업자’보다 ‘서로를 보완하는 팀’을 신뢰하지만, 동업은 반드시 깨지게 돼 있다. 창업자 중에서 누가 대장인지, 어떤 역할을 나눠서 할지, 각자 얼마를 가져갈지 미리 정해야 한다. 한쪽이 떠난다면 ‘good leaver’일지 ‘bad leaver’일지 상황에 따라 지분 처리 방법을 미리 정하고, 어떤 권리를 서로 주고받을지(tag/drag), 이사회에서 어떤 의석을 차지할지, 의견이 충돌(dead lock)할 경우 어떻게 해결할지, 한쪽이 그만하고 싶을 때 ‘shot gun’으로 할지 ‘texas shoot-out’으로 할지 미리 계약서로 정하라. 위 영어 단어들이 이해가 안 간다면 당신의 동업은 준비돼 있지 않다.
(3) 어려울 때 바닥이 보인다
창업에는 반드시 문제가 발생한다. 이때 절대 감정의 기복에 빠져서 징징대지 마라. 어려울 때 바닥이 드러나고, 인간성이 나온다. 제발 울지 마라. 이런 리더에게는 도와주려는 사람도 떠나기 십상이다. 중요한 의사결정은 반드시 감정이 가라앉은 뒤 문서로 남기고, 제3자의 입장에서 객관화하라.

5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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